내용요약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본격화된다면...
지배구조 개선 수혜주 롯데지주·현대그린푸드·대림산업 등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연일 저평가에 머물던 지주사들이 점차 주가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등장을 앞두고 지주사의 기업가치 상승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규제 완화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지주사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 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종가 1만9300원보다 47.7%나 오른 수준이다. 롯데지주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그린푸드는 이날 각각 5만6200원, 13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같은 기간 18.2%, 9.3% 올랐다.

◆ 주주행동주의에 힘 실어주는 금융당국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9월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제도개편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번 제도개편의 골자는 헤지펀드(전문투자형)와 경영참여형(PEF)로 나눠 적용하는 운용규제를 일원화하고 경영참여의 걸림돌이었던 ‘10%룰’을 폐지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PEF는 ▲출자금 50% 이상 2년 내 주식투자 규정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취득주식 6개월 이상 등의 규제를 받는다. 사실상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기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한 셈이다. 만약 제도 개편을 통해 규제가 완화되면 PEF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이러한 사모펀드 제도개편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대표 발의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해외 사모펀드에 비해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해왔다”며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본격화를 위한 토양은 이미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의 부당 지원 행위나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과도한 임원 보수 등 국민연금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확대로 지주사 재평가 가능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되면서 유휴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주주환원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주사가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상적인 지배구조는 기업과 투자자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일부 지주사의 경우 왜곡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이익이 이외 주주의 이익보다 중요시돼 온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시가총액을 웃도는 자산 가치를 지니면서도 기업 가치 증대와 주주환원 확대 등에 미온적으로 행동해온 것이다. 이는 그간 지주사가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저평가 요소가 사라지면서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자금 조달 비용 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 연구원은 “지주사의 저평가 국면은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취득을 손쉽게 했다”며 “앞으로 주주환원 확대와 지분가치 할인율 축소 측면에서 지주사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PEF는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해 주로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사업전략·구조 조정 방안 등을 요구하는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하도록 만든다. 지주사의 경우 지분을 지닌 사업자회사나 관계회사의 투자·배당 의사결정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계열사보다 경영성과가 좋은 계열사로 투자재원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으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면서 지주사 기업 가치가 극대화할 것”이라며 “지주사는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다른 기업들보다 크게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 롯데지주·현대그린푸드·대림산업 등 지배구조 개선 수혜 전망

한진칼은 지난 7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기업지배구조 수준 평가에서 7개 등급 중 6번째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은 곳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C등급은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고 지배구조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이사회·감독기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주주의 권리 보호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CGI의 경영 참여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KCGI는 앞으로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유휴자산 활용,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정책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또한 오너 일가 의혹에 대해 공식서한을 보낸 만큼 지배구조 개선, 주주친화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전망이다. 

아울러 롯데지주·현대그린푸드·대림산업 등이 지배구조 개선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중장기 배당성향을 30%까지 강화하는데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과 롯데쇼핑 실적 정상화에 따라 배당확대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현대그린푸드·대림산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중점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배당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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