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민단체 "빚투, 채무자는 범법행위 감수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 바로잡아야"
"폭로라도 해야하는 심정 헤아려야" 반박 공존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최근 불거진 연예인 빚투(빚 too, 나도 떼었다)논란에 채권자의 법적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친족의 채무사실을 공개하고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 채권 상환을 압박하는 채권자의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5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빚투와 관련해 채무자의 빚을 폭로하는 채권자의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빚투에 거론된 해당 연예인이 '법적 책임 없이 도의적 책임만 있다'면 채권자는 ‘도의적 책임은 없지만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파산법조계의 설명이다. 즉 유명인이나 그 가족의 채무관계를 폭로하는 쪽이 범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론하는 파산법조계는 빚투로 공개된 해당 연예인들이 공인이다보니 채권자의 범법행위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산법조계는 빚투의 채권자들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근거로 ‘채권의 공정추심에 관한 법률’(공정채권추심법)를 들었다.

현행 공정채권추심법은 ▲다수인이 모여 있는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채무자의 채무내용을 알리는 행위와 ▲채무를 갚을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채무자를 대신해 채무독촉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과거 대부업법에 있었던 이 규정은 현행 공정채권추심법으로 옮겨졌다. 대부업법 제정당시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금지규정을 제안했다. 

해당 법률규정을 제안한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당시 금감원 선임감독국장)은 “관련 금지 규정이 도입될 당시 대부업자와 사채업자가 채권회수를 위해 채무자의 친인척에게 채무독촉을 하는 폐해가 만연해 있었다”며 “빚을 진 채무자는 채권자의 이와 같은 행위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져 이 같은 법률을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최근 빚투의 채권자들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언론 등을 통해 채무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모두 공정채권추심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채권자가 채무 내용을 폭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 만큼 그 처벌도 가볍지 않다. 공개된 채무관계가 관련 서류 등 근거가 없이 이뤄졌다면 위법성은 더 커진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채무사실 누설행위로 해당 규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현행법률 규정에 비춰보면 여러 사람이 보는 청와대 게시판이나 언론에 채무자의 채무내용을 폭로하는 행위는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어 “현재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안들은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스스로 사건을 인지해 수사할 수도 있는 범죄행위”라고 부연했다. 

채무를 갚을 의무 없는 사람에게 채무 상환을 강요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서울회생법원 이주헌 공보판사는 “연예인들의 빚투 사안은 법률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사실상 변제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판사는 “일련의 사안들은 현대문명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를 부활한 느낌”이라며 “결국 빚투는 한번 어려운 사람은 영원히 잘 살지 말라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 연예인이기 때문에...가족까지 빚 망신 당해도 된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빚투에 대해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용인된다’는 잘못된 사회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회 전반에 전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빚투로 인해 ‘채무자와 그 가족은 빚 망신을 당해도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된 연예인들이 채권자의 위법사항을 문제 삼기보다는 해명과 변제의 방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권소각 운동과 취약계층에 대해 채무상담을 하는 주빌리은행 김미선 상임이사는 “최근 벌어지는 빚투는 논란의 대상이 미디어를 통해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이라며 “친족에 대한 빚 폭로가 연예인들의 가족은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해당 연예인에 대해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은 있다’는 식의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무자도 인권이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용인하지 못해 채권자의 약탈적 범법행위가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년의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단체 빚쟁이 유니온의 한영섭 위원장은 “연예인에게 채무의 도의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채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며 “언론이 이러한 풍토가 조성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폭로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 채권자의 사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무설계와 사전채무조정 상담을 하는 사회공헌기업 ‘희망만드는사람’의 서경준 본부장은 “빚투 문제는 금융회사와 채무자 사이와 같이 강자와 약자의 구도로 볼 수는 없다”며 “채무자의 아픔이 있는 만큼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채권자의 아픔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빚투는 연예인 가족이 사기를 치거나 돈을 갚지 않았다 등의 의혹을 폭로하는 사회현상이다. 마이크로닷을 시작으로 Dok2, 비, 차예련, 마동석, 이상엽, 티파니 등이 빚투에 연루됐다. 빚투 사례가 계속 등장하면서 연예인들의 대처도 논란이 됐다. 특히 도끼는 채권자가 어머니에게 주장하는 돈과 관련 '천만원이면 한 달 밥 값'라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그는 새 싱글 ‘말조심’에서 부모 사기 논란에 대해 그의 심경을 담아 다시 논란이 됐다. 가사에는 “유명해졌다고 거만 떠는 패륜 한 적 없어 논란에 놀라 태연한 척 어서 태도를 바꾸는 둥 꼬리 내려 멘붕 탄 적 없고 내가 지은 죄가 있다면 우리 엄마 뒤를 지킨 것뿐”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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