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적 관리 위한 꼼수?
수익 확실하다며 현 계약 취소 후 재가입 권유
펀드 해지 후 재가입을 유도한 FC, 왜 그랬을까? /사진=픽사베이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지난 2011년 3월 고등학교 동창 Y가 회사 근처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본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 나갔다. Y는 외국계 보험회사에 다녔다. 최근 사명을 과일 이름으로 바꾼 회사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한 후 Y는 상품 하나를 설명했다. 글로벌 분산투자가 가능한 무배당 변액연금보험이었다. 전세계 다양한 펀드를 선택하고 변경하는 등 전략적 운용이 편리한 상품이었다. 20만 원씩 10년 납입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FC(파이낸셜 컨설턴트)로 열심히 활동했던 Y는 회사에서 해외 여행도 보내줬다. 베이징 '수수시장'이라도 방문한 걸까? 중국에 다녀왔다며 그 친구가 준 짝퉁 시계는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몇 년 뒤 Y는 공무원을 준비한다며 고향으로 내려갔다. Y는 '공부 머리'가 있었다. 수능은 기자가 더 잘 봤지만(팩트) 내신에서는 전교 1등도 했던 Y라 1년 만에 교육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지금도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 내려가면 Y를 만난다. 명절마다 "주변에 참한 색시감 있으면 소개좀 시켜주라"고 하시는 그 친구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는 사이지만 Y에게 들었던 상품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취재원일 수 있기 때문에 070을 포함해 모르는 번호도 100% 받는다. 번호의 주인은 Y가 다니던 000생명 김모 FC라고 소개했다. FC는 "우리 상품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꽤 오래 전에 상품 가입을 하셨는데 그동안 펀드 변경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더라. 이번에 제가 담당으로 배정돼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용건을 꺼냈다. 직접 찾아오겠다는데 거절할 명분도 없고 해당 상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약속을 잡았다.

서울 모처 카페에서 만난 FC는 대뜸 "죄송하다"고 했다. Y가 그만둔 지 오래됐는데 그동안 담당 FC가 없었고 담당자가 '서초지점'으로만 돼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꺼낸 서류는 기자가 가입한 상품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주계약납입보험료는 1200만 원을 넘었는데 계약자적립금은 980만 원이었다. 한마디로 200만 원 넘게 손해를 보고 있었다.

해당 상품은 ▲ 베스트채권형 ▲시스템주식성장형 ▲ Commodity파생혼합형 ▲ 단기채권형 ▲선진국주식혼합형 ▲아시아고배당성장혼합형 ▲안정성장50혼합형 ▲이머징마켓혼합형 중 비율을 정해 원하는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Y의 퇴사 후 어느 누구하나 펀드 변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몇 년 째 단기채권형에만 100% 투자를 하고 있었다.

김 FC는 실제 자신의 고객 중 수익을 낸 사례를 서류상으로 보여주며 "이제는 제가 고객님의 자산 운용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감언이설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들이댄 페이퍼에 믿음이 갔다. 1000만 원 예치 3개월 만에 1200만 원으로 불어났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40~50분 정도 그 상품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을 듣고 난 뒤 김 FC는 본론을 꺼냈다. 3개월 만에 200만 원 수익을 낸 상품으로 재가입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그 말은 지금 가입돼 있는 상품을 해지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 FC는 "맞다"면서 "지금 손해 본 금액도 금방 복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납입금 1200만 원이 980만 원이 돼 있는 상황, 그리고 몇 년동안 유지해온 걸 하루아침에 해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주 주말 춘천으로 갔다.

Y에게 새로운 FC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가입한 상품이 만기시 원금 보장이 되는지부터 물었다. 5년 전 상품이라 친구 역시 긴가민가 했다. 아직 설계사로 활동 중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결론은,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면 무조건 원금 보장이 되니 지금 해지하면 손해라는 것. 5년 넘게 유지하고 있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면 또다시 10년을 납입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Y는 "아무래도 자신의 실적 때문에 새로 가입하라고 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월요일 오후 김 FC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그동안 유지한 게 아까워 해지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만기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피력했다. 김 FC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잘 알겠다"면서 "우선 현재 분배해 놓은 펀드를 00펀드로 옮겨 놓으셔라"라고 말했다. 벌써 3년 전 이야기지만 "고객님의 자산 운용을 책임지겠다"고 했던 김 FC의 연락은 지금까지도 없다.

권혁기 기자

관련기사

키워드

#FC #생명 #보험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