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억 시장'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 이미지 '상승'
박항서 감독 광고 모델 기용하면 매출 급증
1월 아시안컵까지 사그라들지 않는 열풍
한국인 관광객에게 '무료 음식 제공'까지

[한스경제=허지은·변동진·권혁기·이성노·김지영 기자] 

인구 수 세계 15위, 9649만1100여명의 나라. ‘포스트 차이나’, ‘1억 시장’으로 불리는 베트남이 한국 기업들의 주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의 효과로 한국 기업들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 전자에서 제약, 식품,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박 감독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박항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1992년 맺은 수교를 계기로 지속적인 현지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박 감독을 비롯해 주요 그룹 총수, 문재인 대통령 등도 베트남 현지를 방문하며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 전쟁 악연으로 베트남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있던 부정적인 인식이 걷히고 있어 여행이나 사업을 준비 중인 이들이라면 지금이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박항서 TV 주세요”…광고 모델 효과 ‘톡톡’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박항서 감독과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QLED TV는 베트남에서 일명 '박항서 TV'로 광고 체결 이후 2배 가까운 매출 신장을 올리고 있다./사진=삼성전자

18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박항서 감독은 지난 5월부터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 현지에서 송출되는 광고 속에서 삼성전자 TV로 축구를 시청하거나 현지 선수들과 뜨거운 응원을 펼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박 감독은 지난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18 QLED TV’ 출시 행사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일명 ‘박항서 TV’로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QLED TV는 베트남 전체 TV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한 65인치 이상 TV의 경우 점유율 50%를 넘어섰으며, 박 감독이 모델이 된 직후인 2~3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수출액은 428억달러(약 48조3600억원)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2140억달러·241조8200억원)의 20%에 이른다. 현지 채용 인원만 계열사를 포함해 16만명에 육박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해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 쑤언 픅 베트남 총리를 만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 이름과도 비슷한 동아제약의 '박카스' 역시 베트남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사진=동아제약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도 박 감독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뒤 베트남 진출 10년만에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6월 베트남 시장에 출시된 ‘캔 박카스’는 지난 8월까지 약 280만개가 수출되며 1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박항서’와 ‘박카스’의 발음이 비슷한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대상그룹 역시 지난 3월부터 박 감독과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김치 브랜드 ‘종가집’과 소시지 브랜드 ‘득비엣’을 앞세워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박 감독이 득비엣푸드의 소시지가 들어간 샌드위치 등을 먹는 TV 광고는 현지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지난 7월 기준 득비엣푸드의 매출은 전년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박 감독과의 광고 모델 계약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올해 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신화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스즈키컵 우승이라는 쾌거를 연달아 이뤄냈기 때문.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2019 AFC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가 남아있어 아직 ‘박항서 매직’이 끝나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상그룹은 지난 3월부터 박항서 감독과 광고 계약을 맺었다. 박 감독은 대상의 현지 육가공 브랜드 '득비엣' 광고에 출연했다./사진=대상

◆ “박항서의 나라 좋아요”…베트남에 부는 ‘新한류’

베트남 현지엔 다시금 ‘신(新)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2019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직 꺼지지 않은 축구 열기가 한류 열풍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베트남에서 열리는 한국어 강좌는 매 시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고, 베트남 여행 최적기인 1~2월을 맞아 베트남 현지에선 ‘한국인 관광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여행은 통상 1~2월이 최적기다. 추운 날씨를 피해 이 시기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며 “박항서 감독 등의 인기로 현지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현지 식당을 방문하면 음식 값을 할인해주고 입장료를 받지 않는 관광지까지 생겨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K뷰티’로 유명한 한국 화장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코트라(KOTRA)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고급 쇼핑몰 비보시티(VIVO City)에서 개최한 한국 소비재 판촉전에는 사흘간 총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건강식품과 화장품의 인기가 특히 높았으며 스즈키컵 결승전 다음날인 오프라인 현장 판매액만 2만달러(227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 “가자 베트남으로” 아시아 거점 옮기는 기업들

기업들은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그래픽=이석인 기자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전략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제1거점으로 통했던 중국이 자국 기업을 최우선으로 두는 전략을 펼치면서 인도,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생산 공장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 효과 등으로 한국 기업 이미지까지 높아지며 향후 베트남으로 향하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현지 직접투자액은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24억7000만달러로 대(對)중국 투자 규모에 매년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2000년대 해외직접투자액의 44.5%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지난해 27.6%로 축소됐고 같은 기간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서 17.7%로 수직 상승했다.

베트남은 친 기업 정책으로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은 하이테크 산업분야에 대해 4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고 이후 9년간 50%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기업의 외국인 투자한도 역시 철폐했다. 또 외국인 투자 가능분야 제한과 외국인의 베트남 내 부동산 취득 요건을 완화했다.

베트남 인건비 역시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더욱이 베트남 내 한국의 이미지가 날로 성장하고 있어서 한국 기업 취업을 원하는 베트남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만큼이나 베트남에서도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인기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최근 대중국 투자가 줄어들고 베트남과 같은 신흥국으로의 과감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글로벌 경기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 마련과 함께 규제 개혁을 통한 국내 투자 여건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은행권에도 부는 '박항서 매직'

제조업의 경우 베트남의 해외직접투자 비중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그래픽=이석인 기자

금융권에서도 앞다퉈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수교 이듬해인 1993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현지에 진출해 현재 호치민 대표 사무실 등 30개의 영업소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베트남은행은 총 자산 37억4600만달러(약 4조2273억원), 총 고객수 113만여 명을 자랑한다. 신용카드 회원수만 20만명이다. 전체 인구 중 30%만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금융 환경을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다.

지난해 말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한 신한베트남은행의 리테일 여신은 9억 3500만 달러(1조 551억 4750만 원)다. 특히 신한은행은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 쯔엉 선수를 홍보대사로 기용하면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에는 삼성페이와 함께 베트남 선불카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 갤럭시노트9에 탑재된 '삼성페이 선불카드'로 자동충전과 이체, 결제가 가능하다.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위 업체 잘로(Zalo), 전자지갑 앱 모모(MOMO)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핀테크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1997년 베트남 하노이에 지점을 개설하고 지난 2016년 베트남 법인 인가를 받은 우리은행은 모바일 신용대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모바일뱅킹 서비스 도입 1년 8개월 만에 3만 5000여 명의 이용자를 유치했다. 베트남 영업점은 7개로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 하노이 사무소 지점 전환 인가를 받았으며 KEB하나은행은 하노이와 호찌민에 지점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내년 1월 모바일뱅킹이 가능한 '원큐뱅크'를 론칭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호찌민에 사무소를 개설한 NH농협은행은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베트남은행의 리테일금융 확장 전략에 있어 브랜드 가치 상승은 필수"라며 "박항서 감독의 국민적 인지도 상승에 따라 신한베트남은행의 인지도가 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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