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이어 LG도…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 탑재 추진
가상화폐 지갑, 금융플랫폼으로 도약 가능성
'무궁무진' 디앱 생태계도 눈여겨볼 만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신작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 탑재를 논의 중이다. 국내 스마트폰 쌍두마차인 삼성-LG의 움직임에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가상화폐 지갑 탑재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가상화폐 지갑을 장착한 데 이어 LG전자도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 탑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마트폰 양대산맥이 잇달아 가상화폐 지갑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신작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 탑재를 위해 관련 기업들과 접촉 중이다. LG전자는 블록체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목표로 블록체인 디앱(DApp)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신작 스마트폰에 삼성과 같은 가상화폐 지갑 등이 탑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LG는 그룹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LG CNS는 ‘하이퍼레저, ‘R3’ ‘이더리움 기업연합(EEA)’ 등 블록체인 빅3 컨소시엄에 모두 가입했으며,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KB금융그룹과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 치고 나가는 삼성…’키스토어’ 이어 ‘블록체인 월렛’도 공개

'삼성 블록체인 월렛'의 내부 모습. 가상화폐 계좌 관리와 보유 중인 가상화폐의 입·출금이 가능하다. 해당 앱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삼성 블록체인 키 스토어'와 연동돼 작동할 예정이다./사진=독자 제공

삼성전자가 먼저 치고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자사 모바일앱 스토어인 갤럭시 스토어에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출시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S10 언팩 행사에서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키스토어)’를 공개한 지 10여일 만이다.

삼성 블록체인 월렛은 갤럭시S10에서만 사용 가능한 앱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 계좌와 이더리움(ETH) 기반 ERC토큰의 입·출금을 관리하는 가상화폐 지갑이다. 앞서 공개된 키스토어는 입·출금에 필요한 개인 키(Private Key)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다.

삼성 블록체인 월렛은 키스토어와 연동돼 키스토어의 개인 키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키스토어에 이어 블록체인 월렛까지 가세하며 갤럭시S10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가상화폐 지갑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갤럭시S10 시리즈가 판매 개시 초기부터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상화폐 업계도 덩달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초기 연계 디앱으로 선정된 엔진, 코스미가 발행 중인 엔진코인(ENJ)과 코즘(COSM)은 지난 10일 각각 0.24달러, 0.072달러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 가상화폐 지갑,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까

가상화폐 지갑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사진=pixabay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삼성과 LG가 가상화폐 지갑에 주목하는 이유로 지갑이 갖는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꼽는다. 가상화폐 지갑을 통해 코인의 입·출금, 저장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대출, 송금 등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 향후 가상화폐가 전통 화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할 경우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미 가상화폐를 활용한 펀드나 해외 송금·기업 대출 등을 위한 사업은 확장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이 아닌 일반 고객들을 향한 가상화폐 연구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만큼, 향후 일반 대출·송금·소액 펀드 등으로 저변을 넓혀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 금융권을 잇는 또 다른 금융 생태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삼성의 경우 증권, 카드, 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가상화폐 지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가상화폐 자산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트레이더가 등장해 이를 증권이나 보험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나, 카드 결제를 가상화폐로 진행하는 등 여러 논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페이’의 성공으로 갤럭시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한 삼성이 이번엔 가상화폐로 또한번 로열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페이는 지난 2015년 3월 첫 선을 보인 이후 기존 카드 결제 단말기에 쓰인 마그네틱(MST) 방식을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에서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 경쟁작을 크게 앞서갔다. 일각에서는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만 쓴다”는 로열티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가상화폐 플랫폼 관계자는 “삼성페이의 편리함 때문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처럼 가상화폐 지갑 역시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다”며 “기존에 가상화폐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갤럭시 구매를 통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가상화폐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 디앱 생태계와 연동…’블루오션’ 노린다

블록체인의 디앱 생태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디앱은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과 탈중앙화(Decentralized)의 합성어로,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탈중앙화 앱이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앱(App)과 비슷한 개념으로 게임, 금융, 도박, 소셜미디어 등 디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디앱 역시 앱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수록 시너지 효과를 낸다. 카카오톡으로 SNS시장을 선점한 카카오가 이를 기반으로 게임, 택시, 카풀, 미용실 등 저변을 넓혀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 고객을 갖고 있어 이들을 소프트웨어인 디앱 고객으로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다. 현재 앱 시장이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포화 상태가 된 상황에서 블록체인 디앱 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소수에 대중성이 약한 디앱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들 입장에서도 삼성과 LG 스마트폰의 블록체인 탑재가 반가운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라며 “이들이 가상화폐 지갑, 블록체인 기술 탑재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분야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블록체인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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