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부는 블록체인 열풍...’대중화’ 바람에도 소비자 ‘갸우뚱’
IT업계 부는 블록체인 열풍...’대중화’ 바람에도 소비자 ‘갸우뚱’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9.03.20 14:49
  • 수정 2019-03-20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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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두나무, 블록체인 플랫폼 잇달아 출시
“블록체인, 꼭 필요한가요”…소비자 의문은 여전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구매했다. 화제가 된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기본 앱으로 장착돼 있지만 A씨는 정작 이를 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 열풍이 불 때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블록체인 역시 마찬가지”라며 “해당 앱을 사용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장착한데 이어 카카오와 두나무도 신규 블록체인 플랫폼을 19일 동시에 선보였다. 그러나 업계가 블록체인 대중화 의지를 다지는 사이 소비자들은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와 관계사인 두나무의 람다256은 19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루니버스'를 각각 공개하고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사진=각 사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와 관계사인 두나무의 람다256은 19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루니버스'를 각각 공개하고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사진=각 사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전날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클레이튼은 일반 웹사이트 수준의 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갖춰 블록체인 대중화를 목표로 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동안 파트너사와 비공개 테스트를 거쳤고 오는 29일 퍼블릭 테스트넷을 거쳐 6월말 메인넷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 관계사인 두나무도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을 통해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2.0 플랫폼 ‘루니버스’를 선보였다. 루니버스는 디앱 개발을 쉽게 해주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개발자가 블록체인 관련 지식이 없거나 자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없어도 자유롭게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건을 담듯 필요한 블록체인 기능을 고르면 원하는 블록체인 기술 및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 셈이다.

◆ 5000만 카톡 생태계, 클레이튼·루니버스 편입할까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사진=연합뉴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사진=연합뉴스

클레이튼과 루니버스는 모두 블록체인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보다 쉬운 블록체인 사용을 위해 클레이튼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블록체인이 대세라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는 마땅찮았다”며 “진입 장벽도 높다. 직접 지갑을 설치하고 긴 주소값을 외워야 하며 개인 키(Private Key)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재훈 람다256 이사는 “디앱 개발 환경에서는 블록체인 지식까지 많이 알고 있어야 하기때문에 개발에 필요한 지식과 시간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며 “루니버스를 통해 누구나 간단하게 30분 정도만 배우면 디앱 개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사진=두나무
박재현 람다256 대표./사진=두나무

향후 카카오로 묶인 두 회사의 협업도 예상되고 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박재현 람다256 대표와 한재선 대표는 서로를 ‘파트너’로 부르며 양 사의 협업을 다짐했다. 특히 두나무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카카오는 ‘국민앱’ 카카오톡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대 블록체인 생태계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대표는 향후 카카오톡과의 협업 의지를 밝혔다. 그는 “사용자 유입 채널로 5000만 이용자의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클레이튼 파트너사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클레이튼 메인넷을 적용해 가상화폐 지갑을 탑재하고 디앱 등을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 블록체인 대중화 바람에도…소비자 ‘갸우뚱’

미국 IT전문매체 매셔블(Mashable)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SXSW에서 참가자들에게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에 대해 질문했다./출처=매셔블 유튜브
미국 IT전문매체 매셔블(Mashable)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SXSW에서 참가자들에게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블록체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 했다/출처=매셔블 유튜브

다만 블록체인 대중화가 소비자 호응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7년말 가상화폐 투자 광풍을 타고 이와 관련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다수의 소비자들은 블록체인이 무엇이고, 어떤 기술인지 제대로 알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B씨는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우선 생각나는건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기존 서비스 대비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를 알지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에서도 블록체인을 탑재한다면 무엇이 차별화되고 소비자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가 미국·중국·독일·영국·프랑스 등 기업 간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는 “블록체인은 과대포장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3%는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불확실하다”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제 사례가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혜택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블록체인 피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실용주의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존 서비스 대비 수수료나 속도 절감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이를 느낄 수 있도록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인 정도를 제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