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30년까지 133조원 투자...1만5천명 채용 계획
중소업체와 상생 통해...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마련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채용을 확대하는 ‘반도체비전 2030’을 24일 공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채용을 확대하는 ‘반도체비전 2030’을 공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밝힌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이번 계획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4일 반도체비전 2030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R&D와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와 인력 확충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극자외선(EUV) 기술 기반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초 7나노와 6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기술력을 입증한 삼성전자는 이번 반도체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 분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6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점유율은 3%로 미미한 수준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필수로 떠오르는데다 전체 반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시장 파이를 늘려갈 필요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중장기 비전을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신성장동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해 별도 조직으로 격상하고 지난해 화성 사업장에 EUV 전용라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또 지난해 8월에는 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계획은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동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중소 업체들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중소 팹리스(FabLess·생산 공정 없이 반도체를 위탁해 판매하는 기업) 업체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설계자산을 지원한다. 또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불량 분석 툴과 소프트웨어 지원을 통해 중소 업체들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국내 중소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한국 시스템 반도체산업 발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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