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원 몰린 안심전환대출에 시중은행들 '쓴웃음' 짓는 이유는?
74조원 몰린 안심전환대출에 시중은행들 '쓴웃음' 짓는 이유는?
  •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10.01 14:30
  • 수정 2019-10-0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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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안심전환대출로 이자수익 감소...향후 20년간 연 3300억원 줄어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통해 향후 20년간 연 3300억원 가량 가계부채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통해 향후 20년간 연 3300억원 가량 가계부채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총 74조원 가량이 접수됐다. 이는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20조원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가계의 이자율 인하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결과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가적인 안심전환대출 물량을 공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시중은행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모습이다. 정부의 안심전환대출이 가계의 이자부담 감소라는 측면에선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은행의 입장에선 이자수익의 감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통해 향후 20년간 연 3300억원 가량 가계부채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연 3300억원의 이자수익이 사라질 것이란 얘기로도 볼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 상품이 길게는 35년까지 만기를 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이자수익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에 변동금리나 준(準)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에 연 1.85~2.20% 수준의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전환해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이를 통해 금리인상 등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목표다.

기존에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호응은 뜨거웠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 자리에서 "지난달 16일부터 2주 간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가 63만4875건, 신청 액수는 73조9253억원으로 집계됐다"면서 "(당첨자에 대한) 대환은 내달부터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간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올려왔다. 가계의 핵심 자산인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가계는 성실히 이자를 상환해왔다. 만에 하나 가계가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엔 담보물인 주택을 처분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은행들에겐 매우 안정적인 수익원이 돼 왔다.

하지만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그간 올려왔던 안정적인 이자수익의 일부를 잃게 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은 시중은행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2.7%,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3.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생각하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에 따라 사라지게 될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연간 3000억원이 넘는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로 대환되고 취급은행이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할 경우, 약 1.5%포인트의 금리손실이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은행업계 전체의 이자이익 감소분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자수익 감소 추세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안심전환대출(20조원) 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한 이들의 추가적인 대환 요구에 직면한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추가적인 안심전환대출 공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안심전환대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기존 금리보다 낮은 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대환할 경우 역시 은행의 이자수익은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책의 영향으로 주택대출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든 점도 은행들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배승 애널리스트는 "주택대출 수요위축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경쟁여건이 심화된 만큼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면서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이어 가계차주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규제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은행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감안해 은행들의 중도상환 수수료 수취를 인정했다. 또한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은행들의 예대율이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의 비율로, 은행의 주요 건전성 지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은 주택담보대출을 그보다 더 낮은 금리의 MBS로 바꿔서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불만이 있을 수가 있다"면서도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대환해주면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다 수취하고,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줄임으로써 내년부터 시행될 예대율 규제를 맞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