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정감사 답변 태도가 여야 갈등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질문하는 과정 속에서 강기정 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을 지르며 운영위가 파행됐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강 수석의 경질을 포함한 입장표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가뜩이나 평행 대치를 이어온 검찰개혁 및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당분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책회의에서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뛰어든 강 수석,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만행"이라며 "이런 정무수석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야당과 대화가 아니라 전쟁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 표명"이라고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제 원내대표끼리 회동을 했는데 강 수석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패스트트랙 안건을 협의하는) '3+3(각 당 원내대표 외 1인) 회의체'도 당분간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면서 당분간 각종 여야 협의 중단을 시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3당이 합의 처리해야 하는 경제·민생 법안 협상이 강 수석의 '버럭질' 때문에 중단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하시는 대로 강 수석을 하루 속히 해임하고 국회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여야 3당의 경제·민생 법안 처리 관련 첫 실무회동이 취소됐고, 이날 오후로 예정된 검찰개혁 법안 관련 실무진 회동도 연기되는 등 여야 공식 협상테이블 가동이 줄줄이 중단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은 야당의 전형적인 '발목잡기'라고 방어막을 치고 나섰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위한 교섭단체 대표 간 이른바 '3+3' 협상 중단까지 엄포를 놓고 나서며 경색 기류는 한층 짙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야당이 과도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며 일절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청와대발 돌발 변수에 마땅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당 안밖에서 여당의 역할론을 언급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영진 의원은 "청와대 비서진들이 여당 의원들이 해야 할 정도로 하던데 조금 과도했다"며 "당도, 청와대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정부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내달 2일인 데다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안(11월 27일)·검찰개혁법안(12월 3일) 등의 본회의 부의 일정도 다가오고 있어, 여야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마주 앉을 수 밖에 없어, 현재의 교착 국면이 장기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여야는 각각 한국당 영입대상으로 검토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기자회견 논란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관련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이 엇갈린 발언 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갑질을 정당화하고, 갑질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삼청교육대를 보내야 한다는 (박 전 대장의) 막말에 한탄마저 나온다"며 "박 전 대장의 생각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생각이 같은지 해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를 향해 "제1야당인 한국당이 극우정당화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걱정에 대해 정직하게 대답해주길 기대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감 당일 정 실장 발언을 문제로 삼으며 "도대체 대한민국 안보실장인지 북한 안보실장인지 묻고 싶었다"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어제 국가정보원 국감과 국방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정 실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낱낱이 알 수 있었다"며 "정의용 실장의 경우 이동식 발사대 문제는 위증에 해당하는 문제가 있어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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