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민연금, 기업경영 개입 의도 없어...'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재논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제8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민연금은 기업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 제 8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일반적인 주주활동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기금위 위원 등의 강력한 요구를 담아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후속조치’를 마련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해 7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도입하면서 기금위가 의결한 경우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기금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 장관은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기업에 대해 경영참여를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중점관리사안,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 등이 있을 수 있는 기업과 함께 충분히 대화하고 논의해 그 기업의 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개선방안을 만드는 것이 이번 후속조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자칫 기업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 기금위가 정권의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올해 초 있었던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두고 재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대한항공 주총서 국민연금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고 조양호 회장의 이사직을 박탈시켰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최대주주는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로, 대항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총 전날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주총 표대결서 패배했다.

이어 하루 뒤인 3월 29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다시 한번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총서 '임원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선 국민연금이 제출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6.6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고 조양호 회장 일가는 28.93%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며, 기타 주주들 역시 한진칼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재계에선 당시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고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안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성명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의 뜻을 밝혔다.

또한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반하는 결과"라며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선 논란을 감안한 듯 국민연금 기금위는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안)’을 의결하지 않고, 추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보완한 후 다음 기금위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박 장관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위한 기준 등을 좀 더 세부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며 "추가적인 의견 수렴 및 조율을 거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다만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충분한 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기업가치를 명백하게 훼손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후속조치를 통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계기로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금위는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후속조치'와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201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의, 의결했다.

박 장관은 "중장기적인 투자 위험을 감소시켜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요인을 고려한 책임투자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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