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속가능경영(ESG) 개념과 평가지수 확립 시급
단순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기업시민 역할까지 확대
SK, 현대차, 포스코 등 전통산업에서 하나, KB 등 금융까지 확산
본지, 행복ESG포럼 통해 명확한 기준점과 지향점 확립 마련
지난해 12월 3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 행사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최근의 글로벌 기업환경은 상생협력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단순한 상생이 아니라 사회환경과 시민사회에서의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핵심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시작된 지속가능경영(ESG)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져 전통적인 굴뚝산업에서부터 금융까지 전 방위적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회공헌에서 출발한 ESG는 외부 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에서 투자자에게까지도 적용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국내에서는 SK그룹이 가장 발빠르게 ESG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시작한 SK그룹의 지속가능경영은 이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까지 이뤄냈다. 포스코도 최정우 회장이 주창한 ‘기업시민’의 역할에 주목하며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With Posco)'을 새 경영 철학으로 내세운 바 있다.

요약하면 재계는 사회가 행복해야 기업도 행복하다는 점에서 ‘행복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행복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행복을 이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고민이 깊다.

한스경제는 올해부터 ‘행복ESG경영’ 확산을 준비하고 있다. 행복한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시민사회와 학계, 재계 등과 소통하며 행복ESG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 마련과 지향점을 확립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5월 1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제1회 행복ESG포럼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게 된다.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1월 임원 워크숍을 통해 전사 ESG경영 도입을 선포했다. /KB금융그룹

유럽서 시작한 ESG, 글로벌 확산일로

지속가능경영(ESG)은 국내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도입돼 정부의 주요투자기관 중 하나인 국민연금공단의 투자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을 확장해 구성원과 사회의 조화, 투자자와의 소통 등이 주요 핵심과제다.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이에 대해 공부하고 기업 내부에는 관련 부서도 운영하고 있다. 막연한 개념으로만 머물러 왔던 ESG경영은 이제 평가시스템까지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러 보다 체계화를 이뤄내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과거 방식과 달리 ESG 등 비재무적 요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바람이기도 하다. 

ESG는 2000년 영국을 필두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도입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으며, ESG를 활성화한 국가들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해 왔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투자자산 25%가 ESG 평가를 통해 기업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확산세는 ‘ESG 경영’은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경영 철학’ 측면에서 한발 더 들어가 세분화된 사업을 추진할 조직이 기업별로 마련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3일 ‘2020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이 진행됐다. /SK이노베이션

SK 필두로 재계는 물론 금융권까지

국내 5대그룹 중에서는 SK그룹을 필두로 현대차와 롯데가 계열사 CEO 평가항목에 사회적 가치요소들을 포함하고 평가해 반영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 아래 계열사 KPI에 50%를 반영하는 한편 계열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재무제표를 발표하듯이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도 작년부터 ESG등급을 CEO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1년 이후에는 글로벌 경쟁 기업 수준에 맞는 ESG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계열사 CEO의 평가항목에 사회적 가치 요소들을 포함해 그룹 내에서 평가해 반영해 왔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세우며 ESG경영 강화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CSR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합하고, 이를 이사회내 위원회로 재편해 역할과 위상을 강화했다.

이런 움직임은 점차 금융권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기업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한 금융사의 대응 원칙을 담은 ‘그룹 기후변화 대응원칙’을 선포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채택한 새로운 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을 준수하고 기후변화 전반에 대한 금융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 산업에 잠재된 환경사회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저탄소 경제 활성화 지원에 앞장 서는 ‘일류 금융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KB금융그룹도 윤종규 회장을 중심으로 ESG경영 도입에 적극 나섰다. 윤 회장은 “올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경영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 되겠다”고 공언하며 “ESG 기반의 경영체계를 신속히 체화하고 더욱 확산해 지속가능 경영을 선도하는 모범 금융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왼쪽 두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와 신한카드가 함께 만든 문화공간 '을지로 사이'에서 친환경 쌀빨대를 전달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신한카드 제공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속속

금융투자분야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오자 주요 국가들은 금융사의 잘못된 경영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도입도 서둘렀다.

ESG와 마찬가지로 2010년 영국이 처음으로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금융사 경영진의 잘못된 위험 관리를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이후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을 뜻하며 ‘수탁자책임 원칙’이라고도 불린다. 영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 10여개 국가가 도입해 운용 중이다.

세계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은 올해 한층 강화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표했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는 지난달 ‘2020 UK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시했다. FRC는 새로운 스튜어드십 코드원칙에 ESG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투자기관에 주문했다.

새로운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존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계승하면서 위탁자들의 요구를 보다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ESG 이슈를 적극 고려하도록 보다 높은 기준이 특징이다.

영국은 이를 위해 올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기금, 보험회사, 자산 소유자, 펀드매니저, 서비스 제공자(투자 컨설턴트, 조언자, 데이터 및 리서치 제공자) 등에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영국 상장주식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대상이었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팀장은 “과거 윤리적 측면에서 강조됐던 사회적 책임 경영은 이제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며 “최근에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즉 ESG를 투자판단의 근거로 고려하는 투자방법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이 사회적 가치,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면서 “ESG 평가는 비재무적 가치 측정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그래픽=이석인 기자 silee@sporbiz.co.kr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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