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차,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등 현지 실적 개선 기대감 활짝
[베트남 태국]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태국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베트남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한스경제=이정민 기자]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국내 분위기와 흡사하다. 베트남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쌀딩크(박항서 감독을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 붙인 별명) 매직'에 열광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니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동남아시아(SEA) 게임에서 60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베트남 전역이 빨갛게 물들었다.

지난 2017년 9월 박 감독이 부임한 후 베트남은 동남아 축구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축구로 시작된 '박항서 신드롬'은 베트남 전역을 강타하며 기존 한류에서 한 단계 더 뛰어넘는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내에 국내기업 상품 판매율이 증가한 것은 물론, '짝퉁 한국 기업'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한류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박항서 신드롬'을 타고 양국 간의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베트남 내 국내 기업도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베트남 합작 파트너 탄콩(Thanh Cong) 그룹은 박항서 감독에게 싼타페 전달식을 가졌다. / 사진=현대자동차

베트남에서 '박항서 매직' 태운 현대차

11일 재계에 따르면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시장은 이미 일본 자동차 브랜드 텃밭으로 오랜 시간 80% 이상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토요타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은 1970년대부터 아세안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등 꾸준한 투자를 통해 이 지역에서 줄곧 8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현지 기업 ‘탄콩’과 함께 세운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 'HTMV(Hyundai Thanh Cong Manufacturing Vietnam)'이 베트남 자동차 1위인 일본 토요타를 바짝 따라잡았다.

HTMV의 올해 1~10월 누적 생산량 6만14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 늘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생산량 5만8111대를 넘어섰다. 이 추세 대로라면 올해 7만5000대 안팎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베트남 자동차 판매 자료 

HTMV는 지난해 시장 판매 점유율 약 20%로 전체 브랜드 중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토요타와 판매량(소매 기준)에서 2000여 대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올해 1월~10월 현대차 베트남 주요 차종 판매량은 ▲엑센트 1만5963대 ▲i10 1만5656대 ▲투싼 7033대 ▲산타페 6820대 ▲코나 5363대 등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3월 차량을 위탁생산하던 베트남 탄콩그룹의 HTMV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자본금 660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연산 6만 대 수준의 CKD(반제품조립) 공장으로 시작한 HTMV는 오는 2020년 하반기 10만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12월 아세안, 태평양 지역에서의 최적의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을 담당할 아태권역본부도 신설했다.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완성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아세안 주요 국가들은 2018년 역내 관세 철폐에 대비해 자국 업체 및 앞서 진출한 일본 완성차 브랜드에 유리한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안을 마련하는 등 한국 완성차 업체가 차량을 제작해서 수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아세안 국가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거점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해 성장 잠재력 높은 아세안 시장을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은 올해 12월 착공해, 2021년 말 15만대 규모로 가동 예정이며, 향후 최대 생산 능력 2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의 인가가 높아지면서 현지에서 제품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베트남은 일본 차가 장악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확실한 차별화 전략으로 점유율 25%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이 10일 갤럭시S10플러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에디션을 출시했다 / 제공=삼성전자

한국 기업들 덩달아 '박항서 신드롬'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박항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박항서 신드롬'으로 베트남 내 한국제품과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오르며 다양한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베트남에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 베트남 법인은 지난 2018년 아시아게임 기간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훈련장이 없다고 하자 현지 삼성전자 공장 풋살장을 연습 장소로 제공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TV 등 브랜드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며 "박항서 감독이 브랜드 대사 역할을 해줘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더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1998년 베트남 15-1광구를 탐사해 2003년부터 상업 생산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적인 광구 개발을 검토 중이다. SK에너지도 '사이공 뉴포트'와 협약을 맺고 베트남 화물차 휴게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사업이 대부분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인기가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나가는 데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신한베트남은행도 '박항서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고객 수 150만 명을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박 감독을 홍보모델로 선정하고 베트남 36개 전 영업점 외부광고와 현지 언론 홍보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신한베트남은행의 고객은 2018년 3월 104만 명에서 2019년 10월 기준 151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카드 고객은 19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인터넷뱅킹 이용자도 1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신한베트남은행 모델로 활동중인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사진= 신한은행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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