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끼고 매매 2년 전엔 실수요자 올해부턴 '투기꾼'
'전세'끼고 매매 2년 전엔 실수요자 올해부턴 '투기꾼'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20.01.31 15:47
  • 수정 2020-01-31 15:47
  • 댓글 0

전세 반환용 대출도 규제…계획 꼬인 무주택 실수요자
정부 "갭투자는 투기와 수요 경계 모두 규제하겠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전세를 끼고 고가 주택을 매매한 무주택자들이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렸다. 고가주택 매입자 대상 전세금 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대출한도까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을 투기와 실수요 경계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정부가 공인한 '실수요자'였다. 당시에는 '내집마련'을 위한 정당한 매매 방식으로 인정하며 주담대를 허용했다. 불과 2년여만에 정책 기조가 뒤집힌 것이다. 이로 인해 전세 후 매매 계획을 짰던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게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초과분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40%에서 20%로 낮췄다. 전세금 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들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무주택 수요자들이다. 이른바 '갭투자'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주택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를 이용한다. 월세나 전세를 살고 있는 평범한 무주택자들이 살고 싶은 집을 우선 전세를 끼고 구입한 후 돈을 모아 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그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전세 7억원이 잡혀있다면 3억원만 집주인에게 주고 매매한다. 이후 현 임차인이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전세금 반환용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는 식이다.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매매를 하기 위해 선택하는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결국 전세기간이 만료돼 대출을 받아 세입자를 내보낸 뒤 거주하려 했던 이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전세금 반환용 대출까지 죄게 된 것은 집값 상승에 갭투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기 때문이다.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전까지는 국가공인의 '실수요자'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9.13 대책 발표 직후 금융부문 주요 FAQ를 배포하면서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무주택세대는 주담대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당시만 하더라도 무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행위는 실수요라는 논리였지만 불과 2년 후에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것이 투기로 뒤바뀌었다.

최근 이런 대출 규제가 이어지자 실수요자들과 '내집 마련'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끼고 집을 구입하는 것은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겐 일반적인 매매 방식"이라며 "규제로 인해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물론 대출을 규제하게 되면 집값 진정에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누구도 집을 못사게 한 대책"이라며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의의는 알겠지만 실수요까지는 막아서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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