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내야 당첨"…서민 외면하는 국민주택 1순위 기준
"돈 많이 내야 당첨"…서민 외면하는 국민주택 1순위 기준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20.02.04 14:14
  • 수정 2020-02-04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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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입횟수 보다 통장에 돈 얼마 들었는 지가 관건
사회초년생 등 10만원 납입 어려운 이들에게 불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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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지방에서 상경해 현재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A씨는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5년여간 없는 돈을 쪼개 5만원씩 청약통장에 납입했다. 그러나 최근 한 유투버의 영상은 그를 좌절하게 했다. 국민주택 40㎡ 초과 주택형 청약 시 납입횟수 보다 저축 총액이 많은 자를 우선 선발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납입횟수가 2년 이상 더 많더라도 저축 총액이 적을 시 차순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내집 마련을 위해서 무주택 서민들은 누구든 하나 씩은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내집마련을 위해선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원래 청약통장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분양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해당 통장 가입금액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사용된다. 이 기금은 국민주택건설 촉진과 저리의 주택자금 지원되며, 이렇게 건설된 주택은 무주택자들에게 공급된다.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청약통장이 정작 '제기능'을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납입횟수보다 저축총액을 우선 순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무주택 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주택의 경우 40㎡ 초과 주택형 공급 순위를 정할 때 1순위 경쟁이 있다면 저축총액이 많은 자를 우선으로 공급한다. 이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는데, 이 규칙 제27조 제2항 제1호에 살펴보면 40㎡ 초과 주택 공급 시 1순위에서 경쟁이 있을 시 '저축총액이 많은 자'를 우선순위로 선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납입횟수가 많더라도 저축 총액이 더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납입횟수는 기준만 충족하면 크게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또는 청약과열지역에서 40㎡ 초과 주택형 1순위로 선정되기 위해선 통장 개설이 2년이 지나야 하고 24개월의 납입 목록이 있어야 한다. 만약 A라는 사람이 48개월 간 300만원을 저축했더라도 B가 31개월 동안 매달 10만원 씩 310만원을 모았다면 B가 당첨되는 것이다. 40㎡ 초과 주택형 공급순차는 저축총액으로 하고 40㎡ 이하의 공급순차는 납입횟수로 순위가 정해진다.

청약통장 납입액은 매월 2만~50만원 사이에서 자유롭게 넣을 수 있지만, 1회당 납입금액은 최대 1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다달이 10만원을 저축 가능한 금전적으로 여유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구조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거나 사회초년생 시절 낮은 월급으로 적은 금액을 상당기간 넣어왔던 이들이 당첨을 위해 추후 거액을 일시납 하려고 하더라도 1회당 납입금액은 최대 10만원까지만 인정돼 인기지역에서의 당첨은 어렵다.

이에 청약 통장 가입자 사이에선 국민주택 우선순위 기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0대 한 직장인은 "인정 금액이 10만원으로 어떻게 보면 큰 돈이 아닐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겐 작은 돈이 아닐 수 있다"며 "10만원이 부담스러워 소액으로 꾸준히 납입했던 사람들이 더 오랜 기간을 납부하더라도 10만원 씩 더 적은 기간 납부한 이들보다 순위에서 밀린다는 게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는 공공분양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재원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는 만큼, 납입액이 많은 이들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납입횟수가 많은 사람들은 불만이 있을 순 있겠지만 공공분양 아파트는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는다"며 "청약통장 납입액이 많은 사람이 기금 조성에 더 기여를 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법률이 만들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40㎡ 초과는 서민이 감당하기 비쌀 수 있다. 대신 40㎡ 이하는 우선순위를 납입횟수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기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은 주택도시기금 조성을 위해선 불가피한 기준이라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납입 금액을 순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서민층의 내집마련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주택도시기금 조성을 위해 납입금액을 우선 순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회초년생 같은 경우 월세까지 부담하면서 10만원을 납입하기는 부담일 수 있다"며 "이런 이들은 추후 10만원으로 늘려 납입을 한다하더라도 당첨확률이 10만원씩 납부하던 이들보다 낮기 때문에 당첨 기준을 바꾸거나 추가납부할 수 있게 하는 등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