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정에 코로나19 겹쳐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사과하고 경제정책 바꾸면 국민 '단결된 힘' 호응할 것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가 곤두박질하고, 생산과 소비 현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대륙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하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될 것이다.

사태가 급박하다. 내탓 남탓 잘잘못을 가릴 여유도 없다. 일단 모두 힘을 합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위기를 경제 활성화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갖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변해야 한다. 사태 초기의 오판과 실기를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는 게 출발점이다. 그 다음으론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시장가격 통제 등 경제정책의 방향도 바꿔야 한다. 일부러 경제를 망치려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국민은 안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털어놓고 잘못을 인정한 뒤 각오를 새롭게 하면 국민의 마음은 눈녹듯 가라앉을 것이다.

신천지 대구 등 돌발 변수가 있었던 것은 뼈아프다. 그러나 남탓 하며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로선 일단 ‘내 잘못이오’ 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와 사태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3.1절 기념 연설을 통해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자”고 역설했다. 그에 앞서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년은 갈등과 반목과 불통의 시간이었다. 반대편 의견도 경청하고 설득하고 헤아리는 포용의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로지 '우리 편'만 포용하는 편가르기가 판을 쳤다. 주요 경제 사회 정책에 있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고언은 묵살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똑같았다.

지지자들의 소리만 확대해 들으며 독선의 정치와 정책을 펼쳤다. 시장과 현장의 아우성은 재벌과 가진자들의 엄살로 치부했다. 오판과 경직은 혹독한 시장의 역풍을 맞았다. “연말까지 몇 달만 참아보라. 1년만 더 기다려보라”고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들의 희망을 설파했다. 그러나 결과는 거꾸로였고, 예산으로 땜짐 처방하기에 급급했다.

지난해 달성한 2% 경제 성장은 정부 예산몫이 1.5%p. 민간 기여도는 고작 0.5%p였다. 사실상 0%대 성장, 경제는 엔진이 멈춘 자동차 꼴이 됐다. 그 와중에 코로나19의 습격까지 받은 것이다.

이러다간 올 상반기 중 민간부문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은 추경 편성으로 급한 불을 꺼야겠지만, 그 다음으론 서둘러 축대를 다시 쌓아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상징되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시장과 현장 경제에 큰 금이 갔으니, 예산을 퍼부어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추경은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시장이 자생력을 회복해 활기를 찾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친노동 편향 정책에서 벗어나 친기업 친시장 정책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탈원전 등 이념주도 정책들도 현실적으로 돌려놔야 한다.

코로나19 추경으로 국가부채의 증가는 더욱 가파라질 게 뻔하다. 경제체력의 저하로 부채 상환능력은 거꾸로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국제투기자본은 한국을 다시 좋은 먹잇감으로 지목할 날도 머지않은 것같다.

국가부채의 급증으로 경제의 체력이 저하되면 투기자본은 거침없이 공격해올 것이다. 원화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하고 국채 금리가 오르고 주가는 미끄러지는 시나리오다. 눈치빠른 기업과 부자들은 해외투자를 명목으로 돈을 미리미리 밖으로 빼돌리는 엑소더스가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체력과 시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번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 국민들은 위기 때마다 열린 마음과 단결된 힘을 과시해 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전제는 솔직함과 진정성이다. 그동안 과오가 있었음을 깨끗이 인정하고 새출발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진정한 통합과 소통의 정치를 하며 시장과 현장이 감동하는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개막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적폐도 있었지만 축적이 더 컸던 결과다. 보수와 진보, 자본과 노동을 아우르는 통합된 힘이 축적을 낳았다. 그 체력이 아직은 남아있다.

서로 대견했다고 감사하며 다시 손을 잡아야 한다. 독선과 오만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은 당장 4월 총선에서 회초리를 휘두르게 될 것이다. 무서운 산불이 스쳐간 뒤에도 자연 생태계는 놀랍게 복원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경제도 그럴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저력과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어보자.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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