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9.13 대책 이후 시장상황 닮아…강남3구 하락세
"집값 내려갈 것" vs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강남3구 일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호가가 1억~3억원까지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기본이고, 전고가 대비 5억원 이상 빠진 가격에 실거래가가 찍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조정장 초기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서울 집값이 조정받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은 금리 인하 등의 변수로 인해 아직까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서초구 '반포리체'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4일 2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전고가(26억8000만원) 대비 5억원 가까이 빠진 가격이다.

잠실 대장주로 꼽히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84㎡ 매물은 지난달 말 18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2월에는 이날 기준으로는 20억원을 넘는 거래가가 없다. 그 전달만하더라도 20억원을 넘은 거래 건수는 2건이나 있었다. 현재 호가는 17억원대 초반까지 내려간 상태다.

잠실엘스 59㎡는 지난2월 말 1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해당 주택형은 호가가 16억원 초반대부터 시작한다. 불과 2달여 전 해당 단지 시세는 17억원을 넘어섰었다.

송파구 잠실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일부 고가 단지에서 종전 호가보다 몇억씩 내려간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15억원 이상은 대출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는 않지만, 급매라면 사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통계상으로도 분명히 나타난다.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 월간동향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난달 -0.18% 매매가가 하락했다. 강남구와 송파구 역시 -0.19% 떨어졌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이 조정장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9.13 대책 이후 시장 상황과 비슷한 흐름을 내보이고 있어서다. 당시에도 은마와 아크로리버파크 등 강남권 주요 단지의 호가가 적게는 몇 천 만원에서 크게는 억 대로 빠졌고, 거래도 크게 위축됐었다. 이후 11월 강남3구의 매매가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때 동작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들은 모두 상승했다.

그 다음달 부터 일부 구를 제외한 서울 전지역이 하락하면서 서울의 매매가격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32주간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달에도 앞선 사례와 유사하게 서울 대다수 지역이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강남3구에서 급매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매매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가격이 조정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 시장은 앞서 9.13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조정받던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급매 등이 나오면서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듯 보이며, 조정장의 초기단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 규제가 중첩되면서 이제는 강남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게 됐다"며 "규제가 완화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서울 집값은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까지 조정장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구는 여전히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어 언제든 부동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22개구는 다소 상승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다"며 "거기다 이 강남3개구 역시 매물량이 동반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또 "더욱이 금리인하 전망이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아직까지 조정장에 접어들었거나, 향후 조정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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