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의 공장’서 각종지원책 내세우는 미국으로 대거 이동
대미 투자는 매년 100억 달러 규모로 확대... 美에 생산기지 확보에 총력전
'세계의 공장' 중국의 주요 중간재 생산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국내기업들도 잇따라 셧다운의 비상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권혁기 기자] 코로나19로 국내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와 부품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자재와 부품이 없어서 이른바 ‘셧다운’ 공장가동을 멈춰 세운 곳도 있다. 기업의 생산중단은 곧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생산활동을 통해 자금이 회전해야 하는데 활동이 중단되면 자금경색은 불 보듯 뻔하다. 자금경색이 이뤄지면 이내 구성원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한두 곳의 기업이 4월 중 위기에 봉착한다는 루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해외공장 생산분을 국내로 가져와 위기를 돌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쟁력을 키운다는 이유로 생산시설 대부분을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설사 국내로 되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현지 국가보다 한국은 인건비는 몇 배에 달하고 각종규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우리기업들을 ‘옴짝달싹’ 못하고 코로나19가 조기에 종식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들은 국내로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우리 기업이 국내복귀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중국의 공장들도 아직까지 정상화는 이뤄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중국기업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500대 제조 기업 중 후베이성 내 9개 기업을 제외한 49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가동률은 59%에 그쳤다. 특히 민간기업의 가동률이 57.4%이다.

중국내 민간기업에서 대부분의 부품과 자재 등을 생산 수급하던 우리기업의 공급망 생태계는 힘없이 무너진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중간재 수입이 집중된 국가다. 지리적 잇점도 있지만 국내기업 중간재 생산기업 상당수가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한 탓도 있다. 이로 인해 중국산 중간재 수입액은 89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중간재가 없이는 원활한 생산활동이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달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는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전선뭉치 하나에 공장을 멈춰 세웠다. 고객이 주문함과 동시에 차량을 생산에 돌입하는 시스템에서 부피가 큰 ‘와이어링 하니스’는 그때그때 주문에서 공급받는 중간재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현지생산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은 올해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고화질 디스플레이 공급을 준비해 온 디스플레이업계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배터리업계 모두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현지 생산중단에 국내 고화질TV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차질로 국내는 물론 해외 전기차 생산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IMF 이후 중국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국내기업에도 공장가동 중단 등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올해 올림픽 특수를 노렸던 전자업계와 글로벌 전략차종 출시를 준비해 왔던 완성차업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셧다운 /그래픽=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응 쉽지 않아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도 붕괴직전이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동남아 등지까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현지 생산체계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핵심생산시설도 국내에서 철수하고 해외로 이전한 사례가 많아 공급망 붕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대응조차 쉽지 않다.

중국은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국내 기업들의 제조업 기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달하는 등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후이저우 공장의 경우 지난 2008년 1894위안(약 32만원)이었지만 2018년 기준으로는 5690위안(약 97만원) 3배 가량 오른 수준이다.

또한 중국의 자국기업 보호조치에 우리기업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2016년 사드갈등으로 현지에서 철수한 롯데그룹은 당시 70억4000만 위안(약 1조200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었다.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하는 대신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도 중국에서 철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한?중 수교가 체결이후 가동에 들어간 후이저우 공장가동을 지난해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전 세계 17%에 달하는 물량을 생산하던 후이저우 공장에서 철수해 인도와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현대차도 지난 2월 판매가 1000여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생산시설 5곳을 운용하고 있다. 전년대비 97%나 판매가 급감해 판매절벽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면담하고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기업 美투자, 매년 100억 달러 규모

중국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국내로 복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한국보다 최근 들어 미국으로의 진출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에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신설하는 규모가 증가세에 있다. 한국의 미국 직접투자액이 4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지만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미국 내 생산에 비해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생산경쟁력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제조업 1위 국가'를 지켜온 중국을 뛰어넘을 만큼 개선됐다. 미국의 유턴기업 지원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지수는 100으로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1위였던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지수는 100으로 평가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의미를 갖는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지수는 100으로 미국(99.5)을 앞질렀으나 올해는 93.5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날 것으로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예상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기업들은 최대수출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복귀는커녕 주요 경쟁국인 미국에 아예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역발상의 전략을 구가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지난 2016년 136억 달러로 확대된 대미 직접투자 규모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52억 달러로 올라선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도 매년 100억 달러를 웃도는 투자를 단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뛰쳐나온 국내기업들이 때 마침 기업유치에 나선 트럼프 정부에 화답하며 최대 수출시장 미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며 “소액의 인센티브가 아닌 파격적인 제안이 아니라면 국내로 복귀는커녕 미국으로 진출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창권 기자,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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