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초로 여자 알파인 월드컵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페데리카 브리뇨네가 상패와 메달을 택배로 배달 받은 뒤 입을 맞추고 있다. 브리뇨네 SNS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스포츠에서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11일(이하 한국 시각) 두바이 정부 공보청은 두바이 스포츠청이 10일 오전 8시부터 10시간 동안 '집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두바이 거주자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62개국 출신 749명이 사전 참가 등록을 했다. 
 
대회는 참가자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에 뛴 거리와 시간, 이동 경로가 측정되는 전용 앱을 내려 받은 뒤 집안에서 자신이 정한 코스를 수천 번 왕복, 10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완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러닝머신 달리기나 다른 사람과 이어달리기는 금지됐다.
 
두바이 스포츠청은 "자가격리나 통행 금지령으로 집에 머물러야 하지만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대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완주가 확인된 참가자에겐 기념 T-셔츠, 기록이 가장 좋은 3명에게는 마라톤 장비 세트,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 출전권이 상품으로 배달됐다. 
 
고정관념을 깬 대회와 함께 이색적인 시상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러시아 프로축구 선수가 드론으로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 소속 공격수 말콤이 3월의 선수상 상패와 부상을 드론으로 건네 받은 뒤 미소 짓고 있다. 제니트 구단 SNS

'더 선'은 11일 "러시아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격수 말콤(23·브라질)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 드론으로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말콤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에 있어 제니트 구단이 상패를 전달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말콤은 지난달 13일 열린 우랄과 정규리그 22라운드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제니트 팬들이 뽑은 '3월의 선수'로 선정됐다. 제니트 구단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구단은 고층 아파트에 사는 말콤을 위해 트로피를 실은 드론을 띄웠고, 말콤이 열어 놓은 창문으로 상패를 전달했다. 
 
말콤은 "창문을 열어놓으라는 문자를 받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저에게 표를 준 제니트 팬들에게 감사하다. 정말 행복하다”며 “여러분 꼭 집에서 지내세요.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 트로피를 택배를 받은 선수도 있다. 주인공은 월드컵 여자 알파인 스키 우승자 페데리카 브리뇨네(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출신 선수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한 브리뇨네는 지난달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집거실에 앉아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AP통신은 "브리뇨네가 택배를 통해 받은 우승 트로피 크리스털 글로브의 무게는 약 9kg 정도"라며 "종합 우승 트로피 이외에 대회전과 복합 우승 트로피도 함께 받았다"고 전했다. 브리뇨네는 택배 배달이 이뤄지지 않는 산 중턱에 살고 있어 트로피는 부모 집으로 배달됐다. 이 모습을 본 남동생이 택배 상자를 찍은 뒤 물건을 찾아가라고 했고, 트로피는 우여곡절 끝에 주인의 품에 안겼다.
 
브리뇨네는 "가족 모두 스포츠와 스키를 좋아하기 때문에 트로피를 서로 들어 보이며 자축했다"고 말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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