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KIA-KT전에서 형제 맞대결을 펼친 형 유원상과 유민상(오른쪽).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해 출범 38년째를 맞은 KBO 리그에는 형제 야구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까지 형제 모두 프로야구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있는 조합은 총 26쌍이다. 

양승관-양후승(청보 핀토스), 구천서-구재서(OB 베어스), 지화동-지화선(빙그레 이글스), 윤동배-윤형배(롯데 자이언츠), 안영진-안영명(한화 이글스) 형제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현역 중엔 최정-최항(SK 와이번스) 형제가 같은 팀에서 활약 중이다. 포지션이 달랐던 정명원(투수ㆍ태평양 돌핀스)-정학원(타자ㆍ쌍방울 레이더스) 형제는 1995년 9월 5일 KBO 리그 1호 형제 투타 대결을 펼쳤다.

2020 KBO 리그에도 6쌍의 형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특히 유원상(34ㆍKT 위즈)-유민상(31ㆍKIA 타이거즈), 김범수(25ㆍ한화 이글스)-김윤수(21ㆍ삼성 라이온즈), 김주형(24ㆍ키움 히어로즈)-김찬형(23ㆍNC 다이노스) 형제들이 눈에 띈다. 

가장 잘 알려진 형제는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의 아들로 유명한 유원상, 유민상이다. 둘 다 올 시즌 팀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6년 큰 주목을 받으며 프로에 데뷔한 형 유원상은 한화, LG, NC를 거쳐 KT 위즈에서 뛰고 있다. 유원상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NC에서 방출돼 은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강철(54) 감독의 부름을 받아 지난해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 때부터 KT 유니폼을 입었고, 올해 팀 불펜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지난달 31일까지 19경기 21이닝을 소화하며 5홀드 평균자책점 3.43를 기록 중이다. 특히 6월 14경기에선 4홀드를 거두며 18.1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1.96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 데뷔한 동생 유민상도 뒤늦게 잠재력을 꽃피우고 있다. 올 시즌 그는 34경기 타율 0.337 3홈런 23타점 OPS 0.859를 마크 중이다. 지난해 타격폼을 바꾼 뒤 타격재능을 만개하며 KIA 타이거즈의 주전 1루수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6일 수원 KIA-KT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2번째 형제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둘의 활약을 가장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 유승안 전 감독이다. 유 감독은 지난달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들들이 나오는 경기는 되도록 챙겨 보려 한다. 요즘 야구가 재미 있다”며 “(유)원상이는 이강철 감독의 지도를 받은 뒤 좋아졌고, (유)민상이는 최근 가장이 되어서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 둘 다 잘하고 연봉도 올라서 내 용돈을 올려줬으면 좋겠다”라고 기분 좋게 웃었다.

한화 김범수(왼쪽)-삼성 김윤수 형제. /OSEN

김범수-김윤수 형제는 같은 투수다. 형 김범수는 왼손, 동생 김윤수는 오른손 투수다. 둘 다 최고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4살 터울의 형제는 초-중-고까지 야구를 같이 했다. 프로에 데뷔한 뒤에도 비시즌 준비를 같이할 정도로 우애 좋은 형제로 유명하다. 김범수는 올 시즌 1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4.34로 한화 마운드의 ‘마당쇠’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입단한 김윤수도 올해 본격적으로 1군 경기에 나서며 21경기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 중이다. 팀에서 김범수는 선발, 김윤수는 필승조로 성장하고 있다. 김범수는 “기회가 된다면 동생과 맞대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형제 맞대결을 꿈꾼다.

키움 김주형(왼쪽)-NC 김찬형 형제. /OSEN

김주형-김찬형 형제도 같은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나란히 양정초-경남중-경남고를 거치면서 함께 야구를 한 둘은 팀에서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프로 입단은 동생인 김찬형이 먼저 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6년 NC에 입단한 그는 2018년 63경기, 2019년 76경기)에 출장하며 백업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도 33경기에 출전해 팀 내야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홍익대로 진학한 김주형은 2019년 신인지명에서 2차 10라운드 94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1군에서 3경기 출전의 기회를 얻었고, 올해도 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0 1홈런 6타점의 성적을 쓰고 있다. 

둘은 5월 26일 창원 키움-NC전에서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경기에 형제가 상대팀 선수로 출전한 건 역대 2번째다. 김찬형은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김주형은 2타수 1볼넷 1삼진을 기록해 동생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전에는 2015년 6월 2일 마산 경기에 나성용(32·은퇴·당시 LG)-성범(31·NC) 형제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둘은 나란히 홈런을 터뜨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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