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기차 확대 발판 마련한 현대차그룹, 그랩 등 공유모빌리티 시장 강화할 듯
현대차·그랩, 인니 코로나 지정병원에 셔틀 전기차 운행.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배터리 생산 업체 3곳의 총수를 모두 만남에 따라 미래 전기차 등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전날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신기술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LG화학의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까지 국내 배터리 3사와의 회동을 모두 마무리 짓게 됐다.

이번 재계 순위 4대 그룹 총수의 회동은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협력 강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는 8만8400대로 앞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뒤이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이 3만3846대를 판매했고, 현대·기아차는 2만4116대를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23종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으로, 현대차는 이 기간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전기차 56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세계 3위권 업체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수주 경쟁도 내년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당장 2021년부터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 2차 공급사로 LG화학이 선정했고, 최근 스위스에 첫 수출한 현대차의 수소 전기 트럭의 개발과 초도 물량에 삼성SDI 제품을 적용한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화학이 24.2%로 1위를 유지했고, 삼성SDI는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7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3사가 모두 순위권에 포함됐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늘면서 향후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선결과제가 뒤 따른다. 이에 각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주를 위한 경쟁에 나서야 하는 만큼 정 부회장이 직접 국내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만남에 따라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을 유발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 부진을 겪으며 경영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 안정화와 미래 먹거리 시장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 중 시장 성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분야에서 안정적인 바탕을 갖추게 된 현대·기아차의 향후 행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투자자 콘퍼런스 초청 단독대담에서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서비스와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고객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고, 미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게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유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이와 관련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2018년 11월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에 2억5000만 달러(284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랩 투자를 통해 동남아 주요국에 전기차를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현대차와 그랩은 올해 1월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공항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20대로 전기차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4월에는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대응 지정병원 3곳에서 의료진을 위한 무료 셔틀 서비스에도 나섰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현대·기아차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월 구독료를 받고 원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공유 모빌리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 역시 포함시키며 고객들의 접점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정 부회장이 전기차 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에 나선만큼 또 다른 사업 축인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도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확보한 만큼 향후 전기차를 활용한 사업 구상에도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외에도 미래 혁신기술 강화를 위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차세대 기술 개발도 가속화해 지속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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