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준비 못한 이별은 더 슬프다고 했던가. 얼마 전 이별을 했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다.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고, 식사도 하지 못했다. 어떤 때는 우연을 바라며 그 친구가 일하는 직장 맞은 편 커피숍에 몇시간이든 앉아 있곤 했다. 무교지만 기도를 하기도 했다. 헌금도 했다. 물론 우연 또는 속칭 기도빨은 없었다. 이젠 연락도 하지 못한다. 상대도 원치 않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는 지인도 원치 않는 이별을 준비 중이었다. 대상은 사람이 아닌 집이었지만. 이 지인도 기자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혼나고 먼산을 보기 일쑤라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수원에서 전세 거주 중인 지인은 1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집주인은 실거주한 후 매매할 것이기에 나가달라고 했다. 임대차 3법이 시행돼 상한폭도 적은데 세금까지 올라 매매하기 위해서란다.

전셋집이 직장과 가까워 이사하기 싫은 마음에 전화와 문자를 집주인에게 했다고 한다.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집을 비워달라는 것이었다. 두 세 차례 더 전화를 걸었지만 그 친절하던 집주인이 더 이상 같은 용건으로는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고 냉정히 말했단다. 지금으로썬 갈곳도 마땅치 않아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한탄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 전셋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좋은 집을 구하면 되지라는 기자의 위로에 지인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이를 쉽게 잊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놀리는 것인지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인지는 모호했지만 그 말은 가슴을 후벼팠다.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차올랐다. 그랬다. 내 일이 아니라고 쉽게만 생각했다. 지인의 사정을 읽어내지 못했다. 여기만큼 가격대가 맞고 위치가 좋았던 곳이 없었단다.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별은 슬프다. 예상치 못해 준비 못한 이별은 더더욱 그렇다. 주거안정이 목적이라던 임대차 3법은 등장 전부터 ‘살던 집’과 이별하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괜한 벌집은 건드리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전셋값은 요동치고 있다.

또 4년마다 예상되는 계약 갱신 거절과 전셋값 폭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때 마다 또 살던 집과 이별하고 길거리로 내몰려야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취지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을 순 없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은 정책에 의해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일이 없게 되길 바란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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