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연이은 금융사건·사고…자금세탁방지법 위반·펀드 불완전판매·직원 76억 셀프대출
IBK기업은행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7년 동안 쌓아 올린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A등급'이라는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IBK기업은행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IBK기업은행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며 7년 동안 쌓아 올린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A등급'이라는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다.

윤종원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은 자금세탁당지 위반 혐의로 미국에서 1000억원이 넘는 벌금에 합의하며 한국 국책은행 위신을 떨어뜨린 데 이어,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로 개인 투자자의 신뢰마저 저버렸다. 설상가상, 내부 직원은 76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셀프대출'을 통해 정부 기조에 반하는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겼다.

경영관리을 시작으로 ▲고객만족도 ▲경영전략 수립 및 실행노력 ▲정부정책 대응 및 업무지원 ▲효율적인 조직관리 ▲합리적인 인사관리 등에서 허점을 노출한 기업은행이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9년 경영실적에 대해 금융위 경영예산심의회 1차 및 2차 심의 결과 평가등급은 'A'로 확정됐다. 지난 2013년 이후 7년 연속 A등급을 유지하면서 국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3년 연속 A)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윤 행장 취임 이후 기업은행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내부 도덕성 해이에 따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A'라는 타이틀도 내려놓을 처지에 놓였다.

국·내외서 가리지 않고 발생한 금융사고…고객 신뢰 어디로

첫 시작은 바다 건너에서 들려왔다. 지난 4월 기업은행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국 검찰 및 뉴욕주 금융청과 8600만 달러(약 1049억원) 규모의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미국 검찰이 2014년 5월 국내 무역업체 A사의 대(對)이란 허위거래와 관련해 기업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 지 6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A사가 2011년 2∼7월까지 1조원 가량의 위장거래를 인지하지 못했다. 적절하지 않은 자본세탁방지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위반한 거래를 적시에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5월에는 부실 펀드의 불완전판매 사실이 연이어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라임레포플러스 9M 펀드' 600억원 가량 판매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FI D-1호'를 펀드에 편입하긴 했으나 '신탁' 형태로 판매해 환매중단액은 316억원이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라임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신청자에 한 해 각각 투자금 50%, 51% 선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100% 환급을 원하는 투자자의 원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윤정원 기업은행장이 지난 7월31일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윤리헌장을 기본가치로 삼아 청렴도 1등급 은행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금융사고·부패 제로(zero)를 실현하자.”고 당부했다. /IBK기업은행 제공 

"금융사고·부패 제로 실현" 당부했지만…직원은 정부 기조 역행

연이은 금융사고에 윤 행장은 전면에 나섰다. 그는 지난 7월 기업은행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디스커버리·라임자산운용 펀드사태로 손상된 고객의 신뢰회복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윤리헌장을 기본가치로 삼아 청렴도 1등급 은행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금융사고·부패 제로(zero)'를 실현하자"고 당부했다.

수장이 바닥에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 임직원에게 "금융사고·부패 제로 실현하자"고 신신당부하는 와중에 내부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위해 '76억원 셀프대출'을 받았다.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 동탄의 한 지점 추 모 차장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 명의를 앞세워 총 29건, 75억7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추 모 차장이 담보대출을 통해 매입한 부동산의 평가차익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한 한 시기에 국책은행의 한 직원은 '셀프대출'을 통해 정부 기조에 반하는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정부 기조에 반하는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기업은행 본부 출신 한 직원은 "추 모 차장은 본부 출신으로 개인여신을 담당했는데 내부적으로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으며 평판이 좋았기 때문에 지점장들 역시 큰 의심 없이 대출을 승인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사 조처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대출 취급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여신 및 수신 업무 취급절차 미준수 등 업무 처리 소홀 사례'로 판단해 지난달 31일 추 모 차장을 면직 조처했으나, 책임자인 지점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한 징계를 내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 지점장에 대해서는 "관리 소홀을 이유로 내부규정에 따라 인사 조치가 진행됐다"고만 밝혔을 뿐 몇명의 지점장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본인 거래 제한은 있지만, 가족 관련 대출 거래 제한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향후 직원교육, 제도개선 등을 통한 재발방지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3일 ‘직원의 친인척 관련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해상충행위 방지와 청렴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며 유사 사안이 재발할 경우 취급 직원은 물론 관리 책임이 있는 직원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고 밝혔다. 

윤 행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은행장으로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깊은 반성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신뢰 얻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 동탄의 한 지점 추 모 차장은 가족 명의를 앞세워 총 29건, 75억7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네이버지도 캡처

'경영실적 A' 타이틀 수성 쉽지 않아…금융위 "상황 인지하고 있다"

연이은 금융 사건·사고에 기업은행의 2013년부터 지켜온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 A등급' 타이틀 방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역시 기업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 위반 혐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직원 셀프대출 등 기업은행 일련의 행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게 금융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2020년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적지 않다.

경영실적 평가 지표를 살펴보면 기관의 목표달성 등을 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관 내부관리를 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 '경영관리(40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자금공급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정책금융 등을 평가하는 '주요사업(60점)'으로 나뉜다. 

올해 불거진 기업은행의 금융 사건·사고는 경영관리부문 평가지표 ▲경영전략 수립 및 실행노력 ▲합리적인 인사관리 ▲내부성과평가 적정성 ▲효율적인 조직관리(이상 3점) ▲고객만족도 ▲정부 권장정책 대응 및 업무지원(이상 2점) 등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평가가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항이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된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전부터 '정부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과 함께 힘겹게 행장직에 오른 윤 행장. '철저한 준법·윤리의식'을 강조했지만 올해 기업은행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7년 동안 쌓아온 '경영실적평가 A'라는 공든탑마저 무너질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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