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작년 대비 97% 감소 예상
고용보험 적립금이 곧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최근 고용보험의 범위 확대와 민영사의 참여 가능성이 큰 관심으로 떠올랐다. 업계는 '리스크 우려로 민영사의 개입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보험은 실직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 준비를 위한 직업능력 개발 등의 목적을 위해 시행 중인 사회보험으로 과거에는 실업자의 생활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고용촉진과 실업예방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 고용지표는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악화된 실정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7월 구직기간별 실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구직기간이 3개월 미만인 신규 실업자는 60만6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만3000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후 신규실업자가 7월 기준 60만명을 넘긴 것은 외환위기(IMF)사태 직후인 1999년 80만5000명,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은 2009년 60만명, 2010년 66만1000명 이후 처음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만큼, 고용보험 재정 지출부담도 증가 추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1일 공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정부의 재정 총지출 금액 56조5000억원 중 사회보장성기금 부분은 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고용유지지원금과 구직급여를 위한 6월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8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고용보험기금의 여유자금은 2017년 10조5540억원, 2018년 10조4940억원, 2019년 8조5940억원으로 그 규모가 감소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 사태로 고용시장 전반에 큰 타격을 받은 올해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6월23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1952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7조3532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 대비 97.35%가 감소한 수치다.

현 고용보험의 여유 지급여력이 머지않아 밑바닥을 드러내고, 적자로 돌아서는 등 제도 자체가 한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한국리스크관리학회가 민영사의 고용보험 시장 참여를 제안했다./사진 조성진기자

한국리스크관리학회는 지난 17일 주최한 세미나 '고용과 소득의 위기, 전국민 고용안전망 시대의 보험산업의 역할'에서 전국민고용보험의 정부와 민영 보험사의 고용보험 연계모형을 제시했다.

성주호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함에 따라 실업기간 동안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보장해주고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는 사회안전망의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17일 세미나에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은 각각 실손의료보험, 퇴직연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고용보험은 민간보험으로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며 '기본 고용보험'과 '보충 고용보험'의 겸행을 제언했다.

기본 고용보험은 사회보험으로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보장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모델이다. 보충 고용보험은 민영보험이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실업급여 및 연금 보장 등 기본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처한 계층을 두텁게 보장하는 개념이다.

업계는 구직급여를 보장한 상품을 판매한 바 있지만 모두 중단된 상태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아름다운 상해보험 상품 특약'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 상품은 월 2만원씩 보험료를 1년 동안 납입한 사람이 실직하면 100만원 이상의 보험금 환급을 보장했지만, 지난해 말 실업률 증가로 손해율이 500% 이상 급증해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이밖에 ▲삼성화재 '뉴(NEW) 행복한 파트너' ▲현대해상 '가족 모두 생활 보장보험' ▲롯데손해보험 '뉴힐링케어 건강보험' ▲흥국화재 '든든한 스마일(SMILE) 운전자보험' 등이 구직급여를 보장했지만 300% 이상의 손해율을 기록해 같은 시기 판매를 중단했다.

김 교수는 과거 실패사례를 극복하도록 ▲중복가입 불가 ▲지급횟수 제한 ▲면책 및 감액 적용 ▲직종 및 근무형태 세분화 등 보수적인 성향의 새로운 구직급여 상품 설계를 제안했다.

또 실직시 구직급여 보장금액의 50% 수준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개인연금 적립금에서 인출해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모델, 종신(CI)보험에 실업보장 급부를 추가해 실업시 향후 지급될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실업급여로 선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제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 보험사가 상품 모델을 아무리 보수적으로 만들어도, 구직자 직장을 변경할 경우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며 "과거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해율 급증 사례 처럼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정부 기조에 맞추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고용보험료를 올리는 방안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