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투자자에 대해 추정손해액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라임 펀드 투자자들의 선보상 길이 열렸다./라임자산운용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많은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대한 보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의 분쟁조정을 추진키로 하면서 다수의 환매중단 라임펀드 투자자에 대한 보상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펀드는 환매 또는 청산으로 정확한 손해 금액이 확정돼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도 계약취소 분쟁조정에 따른 투자원금(1611억원) 반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외의 사모펀드는 손해 미확정으로 분쟁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라임의 일부 펀드의 경우 빨라도 2025년에나 완전히 청산되기 때문에, 현행 제도로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통해 빠르게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최근 금감원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라임 사태 분쟁조정이) 아무래도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라임 펀드의)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다만 "이 부분을 저희 나름대로 조금 단축시키는 노력을 해보려고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4일 조정제도의 취지를 살려 사모펀드 투자로 인한 손해액 확정 전이라도 판매사가 사전에 합의하는 경우 추정손해액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확한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라임 펀드 중 선별적으로 분쟁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조정대상은 운용사 및 판매사 검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자산실사 완료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손해추정이 가능한 사모펀드 투자자다. 또한 판매사가 추정손해액 기준의 분쟁조정에 사전에 합의한 경우에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우선 배상(조정결정)하고, 추가 회수액에 대해서는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정산이 이뤄진다.

구체적인 조정절차는 3자 면담 등 현장조사를 통한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정한 후, 펀드 판매사의 배상책임 여부 및 배상비율에 대한 법률자문을 구할 에정이다. 이후 대표적인 피해 사례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결정을 통한 사후정산 방식의 배상권고가 내려진다.

다만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피해 건에 대해서는 앞선 해외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배상 사례와 유사하게 자율조정 방식으로 배상이 이뤄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국내펀드 판매사들 중 사후정산 방식의 분쟁조정 요건을 충족한 판매사를 선별해 순차적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조위의) 조정이 성립할 경우 분조위에서 결정한 배상기준에 따라 판매사의 사적화해를 통한 선지급이 최종 정산됨으로써 조기에 분쟁을 종국적으로 종결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당초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보상을 진행할 경우, 주주들에 대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정 손해액을 근거로 선보상을 실시한 이후 확정 손해액이 그 보다 적을 경우, 고객들로부터 초과 배상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수단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라임 펀드 판매액이 많은 우리은행과 KB증권이 금감원의 선보상, 사후정산 제도에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라임 투자자에 대한 피배 선보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 펀드 판매액이 큰 우리은행과 KB증권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아들일 경우, 다른 판매사들 역시 (선보상안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