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T팩토리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 /SKT 제공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SK텔레콤-아마존', 'KT-GS리테일', 'LG유플러스-에스원‘

통신업계가 '합종연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러 산업군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커진데다, 본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종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아마존의 11번가 지분 참여 약정 등 이커머스 사업 협력을 공식화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SKT 자회사인 11번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선보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세한 서비스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KT는 이번 협업을 통해 11번가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복안이다. 현재 11번가는 한국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4위에 자리잡고 있으나 1위인 네이버쇼핑(12%)와 비교하면 6%로 간극이 크진 않은 편이다. 아마존과의 협업만 자리잡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치다. 이는 향후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우버와도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은 자사의 T맵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사시켜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 회사로 만들고, 이와 별도로 내년 상반기 T맵 택시를 기반으로 차량호출 사업을 하는 합작기업(조인트벤처·JV)을 설립하기로 했다. 우버는 합작법인에 약 1억 달러(약 1150억원) 이상을, 티맵모빌리티에는 약 5000만 달러(약 575억원)를 투자한다.

티맵 모빌리티는 우버와 함께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단거리 이동수단(전동킥보드, 자전거 등), 대리운전, 주차 등을 모두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올인원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금융권과도 협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한화손해보험과 SKT, 현대자동차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매월 기본료에 주행거리만큼 후불로 보험료를 지불하는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이달 기준 계약 건수가 5만건을 돌파했다. SKT는 최근 지분율을 20%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회사 임원이 캐롯손해보험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SKT는 이달 초 기존 9.01%이던 캐롯손보 지분을 21.36%까지 늘렸다.

당장 캐롯손보의 실적이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디지털 보험 시장을 선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카카오도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구현모 KT 대표가 2020년 KT그룹 혁신 성과공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KT 제공

KT 역시 합종연횡에 적극적이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GS리테일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물류 데이터와 KT의 인공지능(AI) 물류 최적화 플랫폼을 결합한 물류운송 최적화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에는 물류와 모빌리티를 융합한 미래형 서비스 개발과 친환경 물류 시장 선도를 위한 EV(전기차)기반 모빌리티 사업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월 양사는 디지털 금융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MOU)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금융 디지털 전환과 금융 AI 인력 육성, 데이터 활용 공동 신사업 등에서 협력한다. 앞서 이들 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설립하는 등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 같은 협력적 행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도입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는 데다, 통신 본업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3분기 이동통신 3사의 무선사업 부문은 미미한 성장을 보인 반면 신사업에선 큰 성과를 보였다.

LG유플러스가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과 손을 잡은 것과 LS엠트론과의 협력을 통해 5G 트랙터를 생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산업군에서 AI 등 4차 산업 기술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통신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이종간 협력이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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