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동계 "정기국회 기간 내에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시켜야"
건설업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까지 처벌받을 가능성 커져"
국회 과반 쥔 與 고심… "이번 국회 통과 어렵지만 반드시 추진할 것"
고 김태규 씨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 김태규 씨 유가족 측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등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묻는 이른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향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기업에 과도한 책임’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한 가운데, 21대 정기국회 마감일을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故) 김태규 씨의 유가족 측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중대한 사망사고로 인해 실형이 선고된 피고들은 속히 구속돼야 한다”며 건설사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유가족 측은 “지난 6월 열린 1심에서 태규 죽음에 책임이 있는 하청업체 현장 소장과 차장에게 각각 징역 1년과 10개월이 선고됐지만 건설사는 700만원 벌금형으로 책임에서 빠져나갔다”며 “기업 살인의 가장 큰 책임자들이 푼돈으로 면책되는 어두운 시스템 전체를 바꾸지 못한다면 죽음의 연속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태규 사건의 진행과정이 수많은 산재 사망 유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사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며 “처벌 기준이 있고 기업들이 최소한 돈보다 사람이 중하다는 걸 알아야 살 사람을 저울질하다 죽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김 씨 유가족은 2일 2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21대 국회에 발의한 법안으로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해당 법안 입법 촉구를 위해 전국을 순회 중인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참여연대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촉구를 위해 전국 순회 중인 김종철 정의당 대표(왼쪽).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10만명 동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두 달이 넘도록 회부만 된 채 상정되지 않고 있다”며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사위는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청원안을 하루 빨리 상정하고 국회는 정기국회 기간 내에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년에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재난참사로 시민들이 죽어도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상황이 반복돼왔다”며 “국민 생명을 지킬 의무와 권한이 있는 국회는 10만명 시민들이 찬성한 청원안을 회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독 국회만 ‘막을 수 있는 반복되는 죽음’에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1일 해당 법안에 대한 16개 건설 유관단체 연명 의견서를 국회 법사위와 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아파트 현장의 경우 인력이 많이 투입될 때는 하루에 1000~2000명에 달하는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개별 현장 안전을 직접 챙기는 게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폭넓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이 제정돼 시행될 경우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까지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져 경영환경이 매우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법안이 제정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반을 쥐고 있는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당론 채택 등 적극적은 움직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정법으로 국회법상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통과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반드시 추진은 할 것이다. 우리 지도부가 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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