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7일 아스널전에서 전반 13분 멋진 골을 터뜨렸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7일(한국 시각) 잉글랜드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 전반 13분 손흥민이 아스널 왼쪽 측면을 뚫고 역습을 시도했다. 다소 먼 거리에서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손흥민의 오른발에 묵직하게 얹힌 공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르 레버쿠젠 시절 동료였던 베른트 레노도 전혀 막을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골문을 뚫었다. 올 시즌 손흥민의 EPL 10호골.
 
전반전 추가 시간에 손흥민은 또다시 토트넘의 역습 기회 중심에 섰다. 빠른 스피드로 공격 공간을 잡으며 아스널 수비진을 파고들었다. 슈팅 찬스에서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했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특유의 헛다리 드리블과 짧은 드리블을 연속해서 시도한 뒤 왼쪽 옆 수비 뒤 공간을 침투하는 해리 케인에게 패스를 건넸다. 케인은 대포알 같은 왼발 슈팅으로 아스널 골문을 열어젖혔다. EPL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듀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손흥민-케인 콤비가 추가골을 합작했다.
 
예측 불허(豫測不許)라 파괴력이 더 넘쳤다. 손흥민은 아스널과 빅매치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며 2개의 공격 포인트를 만들었다. 드리블을 더 할 것 같을 때 슈팅을 때렸고, 슈팅을 할 것 같을 때 완벽한 패스를 연결했다. 아스널 수비진은 손흥민의 특징과 패턴 등을 분석해 경기에 나섰지만 평소와 다른 손흥민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선제골 상황에서 손흥민은 슈팅 타이밍을 빠르게 잡으며 '동갑내기 절친' 레노 골키퍼를 완벽히 넘어섰다. 레노는 레버쿠젠 시절 한솥밥을 먹은 골리로 손흥민의 특징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전 맞대결에서 손흥민의 슈팅을 여러 차례 선방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 통했다. 손흥민은 흔히 말하는 '손흥민 존' 훨씬 전에 과감한 중거리포를 시도해 골 맛을 봤다. 강력한 슈팅으로 자신의 감아 차기 궤적을 잘 알고 있는 레노의 방어벽을 무용지물로 만들며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원더골'을 작렬했다. 득점 후 토트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취한 리액션이 '믿기 힘든 멋진 골'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손흥민(왼쪽)과 케인 콤비는 7일 아스널과 경기에서 추가골을 합착하며 '찰떡 콤비'를 입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도움 장면에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 수비수와 1 대 1 대결을 펼친 뒤 패스를 선택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상대 수비수들을 흔들며 케인이 뒤에서 파고드는 시간을 벌어줬고, 날카로운 패스로 완벽한 밥상을 차렸다. 이전까지 손흥민이 주로 보였던 패턴과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과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주로 두 가지 움직임을 보였다. 하나가 '오른발 헛다리 드리블~왼발 짧은 드리블~왼발 슈팅', 다른 하나가 '가운데로 드리블 후 감아 차기 슈팅'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드리블 방향을 꺾지 않고 상대 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케인에게 키패스를 배달했다. 아스널 수비수들이 머릿속에 그린 손흥민이 아니었다.
 
모든 팀들은 경기 전 상대 주요 공격수들을 분석해 대비한다. 이제 토트넘을 상대하는 팀들은 손흥민에 대해서 연구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계 대상 1호인 손흥민이 잘하는 플레이, 공격 패턴, 드리블 방향 등을 미리 알아보고 준비한다. 아스널 역시 손흥민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세우고 나왔을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아스널은 라이벌 더비에서 손흥민에게 결정적인 두 방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예측 불허. 손흥민이 더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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