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TC 최종판결 오는 2월 10일…“경제효과 생각해 판결 미룰 듯”
LG “그동안 코로나로 연기…이번엔 최종판결 나올 것”
SK, 4월 이의신청 받아준 만큼 합리적 판결 예상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전쟁’의 종결이 다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활성화 의지가 확고한 만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패소 판결이 미치는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2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ITC는 양사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지만 SK이노베이션의 패소는 미국에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패소가 확정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서 요구하고 있는 거액의 합의금과 더불어 배터리 셀, 모듈, 팩 등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글로벌 배터리업계 내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 여파로 미국의 경제적 손실도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주 정부와 전기차 배터리 제2 공장 설립을 위한 9억4000만달러(한화 약 1조13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식을 체결한 상태다. 이 투자로 600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이 예상된다. 기존 제1공장 2000명까지 합쳐 고용효과는 2600여 개에 이른다.  

LG화학 역시 미국에 거액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두 회사가 모두의 투자를 받는 편이 훨씬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자국의 경제효과 창출이 걸린 일인 만큼 최종 판결은 최대한 늦게 날 것”이라며 “전임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경기 부양에 안간힘인데 ITC가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두 거대 배터리 공급 업체의 충돌이 전 세계 전기자동차(ev) 생산에 차질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환경기준 강화로 친환경 배터리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은 수급 불균형 문제 차원을 넘어 경쟁국과의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부정적 요소로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글로벌 점유율 확대라는 숙제 앞에서 한국기업 간의 갈등을 반길 곳은 결국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다. 2022년 기준 예상 생산량은 LG에너지솔루션 190Gwh, SK이노베이션 60Gwh, 삼성SDI 54Gwh이다. 테슬라의 200Gwh급 기가팩토리 프로젝트와 일본 파나소닉의 도약, 세계 1위 중국 CATL의 250Gwh 규모에 대항하려면 한국 기업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두 기업 다툼에 종지부를 찍을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개운하지 않은 뒷 맛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최종판결을 세 차례나 연기하는 ITC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7일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 컨퍼런스콜에서 ITC의 최종판결이 예정된 날짜에 승소로 결론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현석 LG화학 IR담당 상무는 “ITC의 최종결정은 다음달 10일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최종판결 전후로 SK이노베이션 측과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판결이 거듭 연기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소송 일정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자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사안을 전면 재검토 중인만큼 합의나 최종 판결 등 어떤 결정이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ITC가 조기패소 판결을 낸 뒤 최종판결을 세 차례나 연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ITC는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그해 4월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전면 재검토’를 진행했고, 10월 5일(현지시간)에서 같은 달 26일, 다시 지난달 10일로 연기시켰다. 그리고 이날 다시 현재 예정일로 미뤄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신중한 결정을 위해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뤘을 것이란 분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ITC는 현재까지 거듭된 연기 사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종판결 재연기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예정된 판결 예정일에 벌어질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SK 측의 조기패소 판결 유지 ▲사안 종결 ▲추가 조사에 따른 판결 연기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이번에도 판결을 연기하면 사실상 최종판결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이해관계를 따지다보니 계속 시간을 끌다 두 업체의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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