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중 주요은행, 펀드판매사 평가서 최하위권...판매 숙련도, 전문지식 부족
작년 펀드판매사 평가에서 시중 4대은행 모두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각 사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의 부실 사모펀드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 주요은행 대부분이 펀드판매사 평가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권은 모두 증권사들이 차지했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의 질적 수준에 큰 영향을 주는 판매 숙련도에서 상당 부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은행들은 증권사에 비해 그 지점 수나 펀드 판매규모 등이 훨씬 커 부실 펀드를 판매할 경우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하 재단)은 전날 '2020년(제14차) 펀드판매회사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은행 10곳과 증권사 17곳, 보험사 1곳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펀드 판매절차(97.5%)와 사후관리서비스(2.5%)를 평가한 종합순위가 공개됐다.

이번 종합평가에선 기업은행이 28개 금융사 중 28위를 차지하며, 펀드판매사 중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 4대은행 모두 'C'등급을 받으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평가는 'A+, A, B, C'의 4가지 등급으로 이뤄졌다.

하위권인 'C'등급을 받은 회사는 신한금융투자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은행이었다. 특히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최근 6년(2015~2020년)간, SC제일은행은 4년(2017~2020년) 간 연속으로 종합평가 'C'등급을 받았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들 은행은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 등 다수의 부실 펀드를 판매해 소비자 손해를 입혔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20년 펀드판매회사 평가 종합순위'를 발표했다./재단 제공

반면 'A+'등급을 받은 상위권 펀드 판매사는 한화투자증권과 신영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5곳으로, 모두 증권사였다. 이 중 삼성증권은 최근 4년 간, 한화투자증권은 3년간 종합평가 등급 'A+'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엔 특히 평가 순위가 10계단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한 판매사가 4곳이나 됐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의 순위가 전년대비 크게 떨어졌다.

재단 측 조사에 따르면, 미스터리쇼핑(Mystery shopping)을 통해 각 영업점의 펀드 판매절차를 점검한 결과 전반적인 투자자 보호 수준이 최근 3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투자자 보호의 질적 수준에 큰 영향을 주는 판매 숙련도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설명 시 고객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투자설명서를 그저 읽기만 하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50%)에 달해, 2019년에 비해 7.6%포인트나 증가했다. 펀드 판매직원 2명 중 1명은 고객의 상품 이해 여부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펀드를 판매했다는 의미다. 최근 문제가 된 라임펀드 사태 등도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영업점 펀드 판매직원의 전문지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하반기 이슈가 됐던 금융투자소득세와 펀드 관련 기초지식인 펀드의 투자구조에 대한 질문에서 판매직원의 정답률은 26%에 불과했다.

특히 문제는 펀드 판매절차에 대한 평가에서 은행이 증권사보다 부진한 경향이 최근 3년 연속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은행과 증권사 간의 점수 차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은행은 평균 지점 수나 공모펀드 판매규모 등 투자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펀드 판매절차에 대한 직원 숙련도의 제고가 필요하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업권을 막론한 노력이 필요하나, 은행의 접근성이 더욱 크므로 (은행이) 책임감을 갖고 펀드 판매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펀드 판매절차의 투자자 보호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금융감독당국과 판매회사의 전방위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금융사들의 펀드 판매시 ‘적합·적정성 원칙’ 관련 규정 준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성 원칙이란, 투자자의 제반 상황(투자자 성향)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고위험 상품)의 권유를 금하는 원칙이다. 적정성 원칙은 파생상품 등 고위험상품이 투자자의 제반 상황에 비춰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위험성을 고지, 경고해야 하는 원칙이다.

재단 조사에 따르면, 작년 펀드 판매시 투자자 성향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는 경우가 11.3%로, 적합한 펀드를 추천하지 않는 경우가 18.3%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자가 고위험 펀드 가입 희망 의사를 밝힐 경우, ‘부적합 안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비율도 거의 절반(49.0%)에 육박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금융사는 투자자가 고위험 펀드 가입을 원할 경우, 그 사실을 고지하고 투자의사를 재차 확인하며, 고위험투자의 위험성을 안내하고 ‘부적합확인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재단 관계자는 "적합·적정성 원칙의 미흡한 준수는 고위험펀드에 관한 불완전판매 위험을 키운다"며 "판매사 자체 점검 및 완전 판매를 위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펀드의 사후관리 서비스는 양호한 수준으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사 대부분(75.7%)이 펀드 판매 종료 시점에서 판매직원의 성명 등 문의처를 안내하거나 사후관리 서비스 안내장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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