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배당축소를 권고하면서, 연말 배당을 앞두고 4대 금융지주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각 사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시중 은행들은 물론 보험사에도 배당축소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말 배당을 앞두고 국내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다수의 금융지주사가 작년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한 상황에서, 오히려 주주들에 대방 배당을 축소한다면 주주친화경영에 어긋날 뿐더러 법적으론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적용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라임 사태 등 금융사고 후폭풍으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금융사들에겐 진퇴양난의 상황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4대 금융지주사 중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7%, 0.3%, 10.3% 증가한 수치다.

작년 1조872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세를 보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4대 금융지주 중 3곳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이들 금융지주사의 주주들이 받게 될 연멀 배당금은 오히려 전년대비 감소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지난 4일과 5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로 확정했다. 이는 앞선 2019년에 비해 각각 6%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주당 배당금은 KB금융이 1770원으로 2019년(2210원)에 비해 20% 감소했으며, 하나금융은 1850원으로 2019년(2100원)에 비해 12% 감소했다.

내달 초로 이사회를 미룬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금융당국의 권고를 따라 배당성향을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해당 금융지주사에 투자한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은행주의 배당 축소를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 게시글을 작성한 주주는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며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 의무를 정부에선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불만이 커지면서 해당 금융지주사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금융당국의 배당축소 권고안만을 따르기엔 주주들의 불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사는 당국의 자본 관리 권고안 기간이 만료되는 올 하반기부터 중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 환원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지주사가 배당 결정을 잠시 미루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은 당국 방침에 따르면서 배당을 축소하더라도, 올 하반기 이후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금융사의 배당축소 움직임에 주주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배당축소 권고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금융사에 대한) 배당 축소 권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조치로서 대부분 해외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젤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주요 30개국 중 27개국이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유지·제고하기 위해 배당 제한 등의 자본 보전 조치를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작년에는 배당을 금지했고 올해는 각각 순이익의 15%, 25% 이내로 제한했다. 미국은 전분기 배당액 이내인 동시에 최근 순이익 이내로 배당을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주요 EU 은행의 평상시 배당성향이 40%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권고"라며 "이번 권고는 법규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배당 제한 권고가 은행의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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