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권, 빅테크사 금융복합기업집단 제외 맹비난
금융당국, 빅테크사 건전성 감시의 끈 놓치 말아야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8일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양의 탈을 쓴 킹콩을 또 감싸줬다”는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빅테크사가 겉으로는 양처럼 온순한 척하지만, 실상은 마치 킹콩처럼 몸집을 불리며, 금융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금융복합기업집단 명단에서 빅테크사를 제외한 것에 대해 기존 금융권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이란 여·수신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등 2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을 일컫는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이 필요한 이유는 복수의 금융사가 동일한 기업집단 내에서 출자 관계나 내부 거래・약정 등을 통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는 경우, 여기서 생성되는 상호 간 연계성으로 인해 한 회사의 위험이 타 회사에 전이되거나 위험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금융사 차원을 넘어선 그룹 차원에서 파악 및 통제해야 하는 추가적인 위험이 상당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5일 공개한 ‘금융리스크리뷰’를 보면, 금융복합기업집단에는 ▲삼성그룹 내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삼성선물, 삼성헤지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가, ▲미래에셋그룹 내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벤처투자, 멀티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이 해당된다.

또 ▲한화그룹 내 한화금융에셋, 캐롯손해보험, 한화라이프에셋,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저축은행, 한화자산운용이, ▲현대자동차그룹 내 현대차증권,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이 해당된다. 이밖에 ▲교보그룹 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교보생명보험, KCA손해사정.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이, ▲DB그룹 내 DB생명보험, DB손해보험, DB캐피탈, DB저축은행, DB자산운용, DB금융투자 등이 해당된다.

금융복합기업집단에 해당하는 기업은 오는 6월30일부터 정기적으로 위험 관리 실태평가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위험관리기준 마련, 내부통제 전담부서 설치 등이 포함된다. 50억원 이상 내부거래는 해당 금융사 내부의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 내부거래 증가에 따른 위험 전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금산분리 원칙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유·지배구조, 내부통제·위험관리, 자본적정성, 내부거래·위험집중 등 공시 내용도 구체화했다. 뿐만 아니라 만약 자본적정성 비율이 100%를 하회하거나 위험관리실태평가 결과 4등급 이하인 경우 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재무건정성이 현저하게 악화되는 기업의 경영개선계획에 대해 수정·보완·이행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번 제정안 적용 기업에서 제외됐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자산총액이 2019년 말 기준 22조7241억원을 기록했지만, 다른 금융계열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자산총액이 992억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금융업을 하는 계열사가 네이버파이낸셜 밖에 없기 때문에 제외됐다.

금융당국이 이번 제정안에서 빅테크사를 의도적으로 감시망에서 뺀 것인지, 혹은 투명하게 법과 제도를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제외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독일의 ‘와이어카드’(Wirecard) 사태 등을 봤을 때 전자금융업을 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도 건전성 등에 대한 감시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제도적 헛점이 있다면 사고는 터지기 마련이다.

당국은 ‘각종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기업의 잘못이지 제도의 잘못은 없었다’는 식의 태도가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반문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가 터지기 전에 이를 예상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해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다.

“금융당국이 양의 탈을 쓴 킹콩을 봐주고 있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방법에 대해선, 굳이 사족을 붙이지 않아도 당국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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