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속가능경영위원회 개편·여성 사외아사 선임 등 혁신
아이오닉5 등 국내 친환경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 선도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창간 6주년을 맞은 한스경제를 통해 지난 2일 발표한 시총 50대 기업 ESG평가지수는 공개 직후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훌륭한 길라잡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중 상위 기업이 갖춘 글로벌경제 속 ESG경쟁력은 신뢰자본 형성을 추구하는 후발기업에 지속가능경영의 한 잣대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평가지수와 해당 기업 ESG담당자 질의·응답을 토대로 10대 우수기업의 ESG 경영 활약상과 보완할 점을 조명했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양재 사옥. /현대차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현대자동차는 ESG행복경제연구소가 3월 공개한 ESG 평가지수에서 평점 93.7점으로 A+ 등급을 기록했다. 시총 50대 기업 가운데 5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것은 ‘지배구조’다.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G’ 부문에서 총점 95.7점을 획득하며 평가등급 S를 획득했다.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경영진부터 솔선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기아, 현대모비스와 함께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했고,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ESG 현안 논의 밑 결정을 일임했다. 이를 통해 ESG 대응 및 관리 역량과 함께 실행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내부거래 투명성 확보 ▲주주권익 보호 ▲대규모 투자 검토 등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소통강화를 위해 투명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여기에 ESG 분야로 안건 논의 범위를 넓혀서 ESG의 정책과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직접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향후 ESG 경영의 실질적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SG는 기업의 생존 필수 요소이자,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그룹의 비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 아래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현대차는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ESG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제품 개발 투자와 신규 친환경차 개발 및 판매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체계 확립을 통해 인류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미래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이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들이 다함께 노력해 시장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더 열린 미래’ 향한 첫발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현대차의 기업문화는 상대적으로 수직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외이사로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선임하는 등 보다 열려 있고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주주총회 소집공시를 통해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 부교수에 대한 선임 안건은 오는 24일 현대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인 만큼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 부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다. 2019년 국내 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됐으며, 한국 항공우주학회 여성 최초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지윤 부교수의 영입으로, 현대차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의 방향성과 기술 동향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조언과 의견을 들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UAM 부문에서 승객 및 화물을 아우르는 포괄적 제품군 개발과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적용 등 UAM 생태계 구축 및 리더십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완전 전동화된 유인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지윤 현대자동차 사외이사 후보. /현대차 제공

현대차 외에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여성 사외이사 후보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영입했고,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영입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은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 부교수와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등을 각각 선임했다. 이를 통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ESG 경영과 관련 행보에 전문성을 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 노력해 왔다”며 “주요 계열사가 여성 전문가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한 것도 그같은 취지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지속가능 기업

현대차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지속가능 사회 구현에 일조하기 위해 친환경 모빌리티 투자 및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출시한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 달 25일 사전계약 첫날부터 계약대수 2만3760대를 기록해 브랜드 신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최다 사전계약대수 기록은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보유하고 있던 1만7294대였다.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사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오닉5는 인테리어에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곳곳에 활용했다.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사용된 페인트를 사용했다. 시트의 원단은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를 사용했다.

또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팔걸이)에 사용한 직물은 재활용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로 제작했다. 도어가니시에도 종이의 가벼움과 자연 소재 외관을 가진 페이퍼렛 소재가 사용됐다. 시트 제작을 위한 가죽 염색 공정에선 식물성 오일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공정을 활용해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게 했다.

현대차의 최초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친환경차 관련 인프라 확충에서 앞장서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SK, 포스코 등과 함께 수소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미래차 사업에 진입하는 협력업체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해 SK그룹과 간담회를 열고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먼저 SK 사업장에 수소차 1500대를 공급하고, 올해 말까지 인천·울산 지역 물류 거점SK내트럭하우스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각 1기씩 설치한다. 전국의 SK 주유소 등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도 지속 협의할 계획이다.

여기에 포스코그룹이 함께하는 CEO 협의체 ‘한국판 수소위원회’를 상반기 내 설립한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 사업 역량 강화 및 사업 영역 확대 등을 통해 진정한 수소사회 구현을 견인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현대차 자체적으로도 친환경차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 1월 21일 서울 강동구에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설립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연면적 4066㎡(약 1230평) 규모의 부지에 ‘하이차저’(Hi-Charger) 총 8기가 설치돼 있는데. 면적과 설비 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다.

하이차저는 350㎾급 고출력ㆍ고효율 충전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800V 충전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충전할 경우 18분 이내 10%에서 80%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고객분들이 충전에 대한 걱정 없이 전기차를 쉽고 편리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구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는 한편,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력업체 논란 여전…사회부문 평가서 일부 감점

지난해 협력업체와 관련된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사회부문에서 감점이 발생했다. 환경부문에서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업종 평균치보다 높아 낮은 평점이 나온 만큼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중 사회 부문의 평점 합계는 112.0점이다. 고용 및 근로조건, 고용 안정성, 노사관계 관리 등 총 15개 요소에 대한 평가를 거치고, 심층 평가로 사회적 법규 위규 및 이슈사항 등 감점요인을 살펴 합산한다.

현대차는 사회적 법규 위규 및 이슈사항에서 4.1점 감점이 있었다.

감점 요인은 총 7건이다. 이 중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불법파견 ▲하청업체 노조활동 관여 ▲협력사의 사업포기 선언 등 협력업체 관련 논란이 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각종 차량의 결함 논란과 리콜 등이 2건으로 뒤를 이었다.

환경부문에서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차는 이 부문에서 47.0toN을 기록해 업종 평균치인 14.6toN을 초과해 0.8점을 받았다. 같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기아는 배출량이 무려 176.5toN에 달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측은 “세계시장에서 잘 알려진 현대차가 G(지배구조), S(사회)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며 “반면 E(환경)부문에서는 최고점을 받지 못해 앞으로 친환경에 더 역점을 둔 ESG 경영전략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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