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카드업계 "햇살론카드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리스크 우려"
금융당국 "보증비율 100% 운영 예정, 카드사 부담 낮을 것"
금융권 " 금융사 본인의 출연금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 구조"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햇살론카드’ 발행 추진 계획을 밝혔다./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정부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햇살론카드 출시를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카드 발급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기대보단 염려가 앞선다는 목소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은행과 카드사에서도 새로운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은행권에서는 ‘햇살론 뱅크’, 카드사에서는 ‘햇살론카드’를 출시해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분과 카드 발급이 불가능했던 분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7 ▲햇살론Youth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상품을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주도적으로 발행하고 관리하는 것과 달리, 햇살론뱅크와 햇살론카드를 향후 시중은행사와 카드사에 맡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신용대출’은 고신용자가 아닌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데, 저신용자 중심의 햇살론카드까지 발행하게 된다면 카드사 입장에선 연체율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햇살론카드 도입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제도권 내 금융에서 저신용자를 포용하지 못하면, 불법사채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햇살론카드 도입에 따른 카드사의 연체율 리스크 가능성도 금융당국과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포용적 금융 차원에서 저신용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확대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저신용자 신규고객 확보 측면보다 연체율 상승 등의 위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협의 중이나 이용혜택 등을 과다하게 줄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당장 하반기 연체율 폭탄 역시 우려하는 상황이다. 연체율 폭탄이 현실화된 상태에서 햇살론카드 발급까지 의무화가 될 경우,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카드대출 잔액은 41조9000억원으로 40조원을 기록한 2019년말 대비 1조9000억원(4.7%) 증가했다.

세부내용을 보면,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잔액이 6조5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14.3%) 감소했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35조4000억원으로 3조원(9.2%) 증가했다.

신용판매 부문 연체율은 0.64%로 0.74%를 기록한 2019년말 대비 0.10%포인트 하락했다. 카드대출 연체율은 3.15%를 기록한 2019년말 대비 0.26%포인트 개선된 2.89%를 기록했다.

문제는 원금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이후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코로나19 피해로 가계대출 상환이 곤란한 연체자 또는 연체 우려가 있는 개인 채무자의 원금상환 기한을 9월30일까지 또 연장했다.

다중채무자 역시 증가 추세다. 다중채무자란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아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발표한 ‘2017∼2020년 다중채무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23만6000명, 대출금액은 51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다중채무자의 1인당 대출금액은 1억2219만원으로, 2017년 대비 1361만원 늘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최저신용자 대상 상품임을 고려해 보증비율 100%로 운영될 예정인바, 연체시 카드업계의 부담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햇살론카드 등 신규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위한 보증재원은 금융회사 출연금 외에 정부재정도 포함되며, 정책서민금융상품 출시는 개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정부정책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햇살론뱅크와 햇살론카드 정책 등에 금융사 출연금 외 정부재정도 포함된다고 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본인의 출연금으로 사업을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키워드

#카드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