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 부회장, 충수염 수술 후 법정 참석 “재판 연기에 감사”
재계·종교계 등 이 부회장 사면 요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정수)는 2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됐으며, 검찰에서는 11명이 출석했고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변호인단은 약 30명에 달했다.

이날 공판은 작년 10월과 지난달 열린 2차례의 공판 준비기일 끝에 열리는 첫 정식 재판이다. 이 부회장은 앞선 두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에는 불출석했으나 이날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법정에 출석했다.

충수염 수술로 재판 연기, 이 부회장 측 감사의 뜻 전해

당초 첫 공판은 지난달 2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복역 중이던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미뤄졌다. 이후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 퇴원함에 따라 재판이 재개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재판 진행에 앞서 “이재용 피고인을 대신해 말하겠다”며 “피고인의 상황을 참작해 재판부가 기일을 연기해줬고 그 덕분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향후 재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충수염 수술을 받은 이 부회장이 변호인을 통해 재판을 연기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그러나 수술 이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예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재판에서 ‘직업은 삼성전자 부회장이 맞나’ 등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네”라고만 짧게 답했다. 또 국민참여재판 진행을 묻는 재판부에 질문에도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등 이 부회장은 변호인과도 별도의 대화를 하지 않고 재판에 임했다.

앞서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당시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전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들에도 긍정적 효과를 줬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PT)을 진행했고, 오후에는 변호인 측의 변론이 이어졌다.

서초동 삼성 사옥 /연합뉴스

이 부회장 사면론 부상…사회 전반으로 번져

한편 재계와 종교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경제 회복을 위해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경쟁을 벌이는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삼성전자 총수인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이 언제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뺏길지 모른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드렸다”고 밝혔다.

또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15일에도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보냈다.

종교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등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확정된 이번 징역형과 별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으로 또 다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면론 보다는 가석방이 더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패권 다툼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전체 반도체 산업을 보더라도 구심점을 잡아줄 이 부회장 같은 거물급 민간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장기간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는 국내 경제 상황에도 악영향이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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