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건희 전 회장 2008년 삼성특검 후 1조원 사재 출연 약속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기증, 상속 주식 배분 방안도 공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이 다음주 상속 내용과 절차등에 대해 발표한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2008년 이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 약속 이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삼성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다음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에는 최근 미술계의 관심이 뜨거운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방안을 포함해 이 회장 소유의 주식 배분 방안과 사회 환원 계획이 폭넓게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이 밝힌 1조원대의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져 고인의 약속이 13년 만에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최근 이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주 초 삼성 일가의 유산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만 11조366억원에 달하고 미술품·부동산·현금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이 12조에서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가만 2조5000억에서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총 1만3000천 점의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는 기증 쪽으로 가닥을 잡고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증 규모는 1조에서 2조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고 유명 미술 작가의 작품은 지방 미술관과 기증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이번 발표에 삼성 일가의 사회 환원 계획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이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이다. 당시 이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이번 기회에 이 회장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고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사재 출연 방식으로는 이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2월 삼성의 대표적인 장학재단 '삼성장학회'가 설립 19년 만에 장학사업을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또한 별도 재단 설립이 없다면 삼성생명공익재단 또는 삼성문화재단 등 기존 삼성 재단에 기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편 이 회장이 소유한 삼성 주식에 대한 배분 방안도 다음주 공개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4.18%와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반면 삼성생명(0.06%)과 삼성전자(0.7%)의 보유 지분은 미미하다.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홍라희 여사에게 4.5분의 1.5(33.33%)의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가지만, 이보다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수십조원의 재원이 들기 때문이다.

삼성 일가가 상속세 조달을 위해 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는 삼성SDS 지분을 일부 처분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적고, 처분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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