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국경제의 긴장감이 최고조를 치닫고 있다. 가뜩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내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대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제로’상태에 빠졌다.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의 당선은 브렉시트 이후 세계경제에 또 한차례의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한미FTA를 비롯한 통상정책부터 공격당할 판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상당한 후폭풍도 예고돼 있다.

특히, 경제부문의 충격은 더하다. 앞으로 터져 나올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는 국내외 경제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경제계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은 전세계 경제를 지하로 끌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외 변수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정작 더 큰 문제는 국내 경제상황이다. 당장 정부의 내년 살림살이 계획 수립 자체가 오리무중이다. 재계 역시 내년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여리박빙(如履薄氷).’ 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 몹시 위태롭다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표현조차 부족해 보인다. 경제의 가장 기초 지표인 생산과 소비, 투자, 그리고 수출까지 어느 하나 ‘청신호’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격랑 속에서 ‘대한민국 호’를 이끌어갈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사실상 힘을 잃었고,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설사 청문회 일정이 잡혀도 임명까지 또 얼마를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격랑 속 ‘대한민국 호’는 선장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표류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정부의 내년 예산안부터가 걱정이다. 통상 12월 셋째 쯤 발표되던 기획재정부의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1월 중순쯤이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핵심 방향을 확정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신임 부총리는 공석중이다.

재계의 시계는 더 답답하게 흐른다. 시침은 물론 분침, 초침조차 미동하지 않는다. 연말 내부인사와 조직개편은 물론 내년 사업계획이나 투자계획 조차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들의 관심은 검찰 수사에 꽂혀있다. 잔뜩 고조된 불확실성에 경영 시간표 자체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경영마인드도 극보수쪽으로 돌아서는 기류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뾰족한 수도 없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 경제부총리 인사와 공석인 경제분야 수장들의 자리부터 채워야한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최단시간 내 복원해야 하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의 의무다. 국내외 경제상황 변화를 분석해가며 대책을 내놓는 것은 그 이후다.

때문에 당분간 경제정책은 안정성에 방점을 둔 채 유지 관리와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이나 금융부채 등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해서 서둘러 정책 기조를 바꾸기 보다는 재정이나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건전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기본에 충실할 때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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