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식화 했지만 아직까지 투자처에 대해 공개하진 않고 있어 궁금증이 모아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뉴욕주이나 애리조나주 등 다른 투자 지역들과도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미국 내에서도 투자유치를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정부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서 오스틴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경우 지역 사회에 89억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와 2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방미 중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170억 달러의 파운드리 신규 대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자 지역이나 시기 등을 언급하진 않아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더 좋은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간을 끌며 인센티브가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TSMC는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증설 지역으로 밝힌 상황이다. 주 정부는 인센티브와 함께 안정적인 용수·전력 공급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9000억원)의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주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초 텍사스 지역에 불어닥친 한파로 인해 정전과 물부족 사태를 겪었던 만큼 이와 관련한 조건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투자만 할 수는 없어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당장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놓고도 완성까지 2~3년 가량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고객을 확보하지 못 할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실제로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물량 부족상태가 지속되면서 중저가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사들이 증설보다 가동률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정상들이 만나 경제적 협의를 이루면서 투자는 확실시 됐지만, 그 혜택을 어느 곳이 누릴지 협상의 물꼬가 열린 만큼 삼성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에게 세제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역시 투자 협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