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월, 총수부재로 멈춘 삼성, 구광모 조직개편 단행
2월,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로 '승승장구'
3월, SK하이닉스 M&A 핵심축, SK-中 지리車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20201년 산업계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최대 격변기를 맞았다. 반도체와 원자재 수급 부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가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고, M&A와 투자를 통해 사업 규모를 점차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스경제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사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올 한 해 산업계에서 화두가 된 주요 이슈들을 월별로 되돌아봤다. <편집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 4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4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진=삼성전자

◆1월-총수부재로 멈춰 선 삼성, 구광모의 과감한 조직개편

1월 산업계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 1위는 삼성, 2위는 인공지능(AI)이었다. 3~5위는 코로나19, 현대차, LG가 차지했고, 6위~10위는 SK, 이재용, CES, 영업이익, 비대면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가장 가장 큰 이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다.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 부회장의 부재로 불확실성에 휩싸인 삼성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더구나 당시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들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대규모 M&A에 박차를 가했던 시기인 만큼 "조용한 삼성" "시계제로 삼성" "멈춰 선 삼성" 등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동력을 잃은 삼성에 대한 기사가 주를 이뤘다. 

빅데이터로 알아본 산업계 월별 키워드-1월. /사진=빅카인즈
빅데이터로 알아본 산업계 월별 키워드-1월. /사진=빅카인즈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AI'는 대기업이 주목하는 미래 신사업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되기 전 6일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삼성의 핵심 먹거리인 AI 연구개발 현황을 보고받고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공식화한 가운데 해당 사업부 인력을 AI 분야에 우선 배치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이는 구 회장의 AI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인사로 풀이된다. 정부 역시 AI 반도체 육성을 위해 1253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상 첫 온라인 행사로 열린 'CES 2021'의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 모두 세계적인 AI 기술력을 뽐내며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세 번째 키워드는 1년을 맞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린 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적이 터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배터리, 가전,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비대면 경제의 빠른 확산으로 국내 반도체산업은 4년 만에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맞았고, 반도체 수출을 1000억달러(연간)로 끌어올리며 호황을 누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하면서 톱5에 랭크됐다. 특히 10여년간 끊겼던 양사의 결합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1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6대 그룹 총수들을 초대한 오찬간담회에서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을 요청한 것도 국내 주요 대기업 간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빅데이터로 알아본 산업계 월별 키워드-2월. /사진=빅카인즈
빅데이터로 알아본 산업계 월별 키워드-2월. /사진=빅카인즈

◆2월-반도체로 승승장구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

2월에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일 경기도 이천에 M16 공장을 준공했을 뿐 아니라 D램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서버 증축을 위해 재고 축적을 시작한데다 미국 한파와 대만 지진 등 자연재해가 겹쳐 공급부족 사태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다음 키워드는 '중국'(2위)으로 톱10 키워드 중 희토류(3위), 동맹국들(7위), 행정명령(10위)과 일맥상통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이달 24일(현지시각) 내렸다. 이는 전략품목에 대한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을 배제시켜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희토류·배터리 1위 생산국인 중국이 이들 품목을 전략적 무기로 악용할 경우 미국 산업은 물론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희토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희귀금속으로 배터리·영구 자석 등의 원료가 되는 17개 원소다. 

네 번째로 주목받은 키워드는 'TSMC'다. 삼성전자는 이달 16일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 자료를 통해 올해 반도체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선단(첨단) 공정에선 대만 TSMC와 양강구도를 형성해 경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1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2곳뿐이다.

삼성이 5위에 오른 것은 16일 최악의 한파로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셧다운 때문이다. 이후로도 약 한 달간 셧다운은 지속됐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입은 피해액은 수천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의 추가 증설을 놓고 텍사스 지방정부와 세금감면 등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11월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에서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확정했다.

빅데이터로 알아본 산업계 월별 키워드-3월. /사진=빅카인즈
빅데이터로 알아본 산업계 월별 키워드-3월. /사진=빅카인즈

◆3월-M&A 핵심 축으로 지배구조 개편하는 SK하이닉스, SK-中 지리車와 맞손

2월에 이어 3월에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키워드는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대 용량인 18GB 모바일 D램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이 신제품은 당시 개화기를 맞은 5G(5세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으로 게이밍 스마트폰 시대를 예고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지배구조 개편에 돌입, 박정호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박 부회장은 당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대표이사직을 겸직했는데, 올 11월 SK텔레콤에서 SK스퀘어가 투자전문회사로 분사하면서 SK스퀘어 대표직도 맡게 됐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장본인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M&A를 총괄하고 있다.

이어 중국, 현대차, 삼성, 자동차가 2~5위를 기록했고 SK, 인텔, LG에너지솔루션, 파운드리, 코로나19가 6위부터 10위에 올랐다.

2위에 오른 '중국' 키워드는 5위 자동차, 6위 SK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는 3월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는 중국 1위 민영 자동차기업 지리자동차와 지두자동차라는 합작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여기에 SK그룹이 지리자동차와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 투자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이 협약으로 SK는 지리차가 생산하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배터리와 반도체 등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또 뉴욕 증시에 상장된 국내 시스템 반도체업체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컨소시엄에 14억달러 규모의 매각을 결정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LG그룹도 인수를 검토했으나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당시 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결국 미국의 제재로 최근 인수합병이 무산됐다. 

세계 최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약 22조원을 들여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해 7위에 올랐다. 인텔은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고 2024년 가동 예정이다. 인텔은 최근 낸드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매각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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