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적 기대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11년 1월 4일. 한 선배와 함께 당시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육상 국가대표팀 신년하례식을 취재한 기억이 있다.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둬 김국영(31), 정순옥(39) 등 선수들의 비장한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스포츠뉴스에서나 봐오던 태릉선수촌은 초년생 기자가 누비기엔 너무 큰 세상이었다. 태릉선수촌은 2017년 9월 51년 역사에 끝내고 더 큰 진천선수촌으로 거듭났다. 진천선수촌의 수용 규모와 면적은 태릉선수촌의 3∼5배에 달한다.
11년 만인 5일 다시 찾은 신년 선수촌 분위기는 그때만큼 엄숙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2월 4일)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방역 점검도 철저했다. 진천선수촌 내 웰컴센터에선 5분간 대기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결과가 나오는 신속진단키트 검사도 진행됐다. 음성일 경우 빨간 스티커를 받는데, 잃어버리면 재발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철저한 방역이 이뤄졌다.
선수촌에선 최근 산악구보훈련도 재개됐다. 태릉선수촌 시절 선수들은 주말이면 대운동장에서 출발해 불암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헬리콥터 이착륙장까지 왕복 약 10㎞를 달렸다. 산악구보는 그 시절 선수들이 가장 힘든 훈련으로 꼽았을 만큼 악명이 높다. 유인탁(64) 선수촌장은 훈련분위기를 개선하고 경기력을 향상하고자 산악구보를 다시 도입했다. 선수촌 크로스컨트리 산악훈련코스에서 진행하고, 무이산 정상까지 거리는 4.5km다.
물론 혹독한 훈련 뒤엔 보상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좌석에 일일이 칸막이가 설치된 선수 식당에선 한식, 양식, 중식, 일식을 비롯해 과일, 빵 등 후식까지 전문뷔페 수준의 음식이 제공됐다. 영양사의 분석을 거친 음식들이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하루 5000~6000㎉ 이상을 섭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성인 하루 권장량(남 2700㎉·여 2000㎉)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직접 선수 식당을 이용해 보니 음식의 종류가 워낙 많아 조금씩만 담아 먹어도 금세 배가 불렀다.
이날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여자컬링 대표팀 김선영(29)은 “대한체육회가 1~2개의 금메달 획득을 예상했다고 해서 우리가 금메달을 못 따는 건 아니다”라고 했고,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보름은 “그렇게 설정된 목표는 크게 의미가 없다. 스스로의 목표가 중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선영과 김보름을 보고 있자니, 11년 전 김국영과 정순옥 등 육상 선수들의 강렬했던 눈빛도 아른거렸다.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들이 베이징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길 기대해 본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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