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 사실상 전기차 핵심 기술 대부분 내재화
유통망·파트너사 문제로 직접 생산은 '글쎄'
전기차 핵심 부품 전반을 생산하는 LG그룹의 완성차 시장 진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LG전자
전기차 핵심 부품 전반을 생산하는 LG그룹의 완성차 시장 진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LG전자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애플, 소니 등 전자업계가 전기차 시장 직접 진출이 본격화 하면서 대부분의 핵심 부품 생산 능력을 갖춘 LG의 자동차 생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소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2’에서 자회사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자체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전기차 ‘비전-S’ 시리즈 프로토타입도 함께 공개했다.

소니의 이번 도전은 자사의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 광학 기술과 게임, 영화 등 콘텐츠 사업 역량을 접목해 자율주행 전기차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비전-S의 주행거리 등 구체적 성능과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제 구동 가능한 차량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애플도 가칭 ‘애플카’로 불리는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개발 인력 일부 이탈로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당초 계획보다 2년여 앞당겨진 2025년경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애플카 관련 긍정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애플뿐 아니라 국내에서 유력 부품사로 꼽히는 LG전자의 주가가 들썩이는 등 시장의 기대감이 확인됐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애플카 출시가 현실화되면 애플의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밖에 중국에서 샤오미도 지난해 8월 전기차 법인 샤오미EV를 설립했으며 베이징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고 2024년부터 생산·판매에 들어갈 계획을 밝히는 등 전자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LG그룹에 이목이 쏠렸다. LG전자,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부터 전기모터, 배터리, 디스플레이, 센서, 기판 등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을 사실상 거의 다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그나와 합작으로 설립한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과 2018년 인수한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사 ZKW도 전장 사업의 축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 개발도 추진 중이다.

애플의 유력한 전기차 파트너로 LG가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협력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 ‘볼트’의 경우 파워트레인 부품의 87%가량을 LG 계열사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메르세데스-벤츠와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전방카메라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으며 꾸준히 글로벌 완성차 업계 고객사를 확대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LG가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약 40% 적은 만큼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 중이라는 점에서 직접 진출 유인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608만대 수준이며 2025년에는 1723만대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공개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실내 공간을 업무, 영화감상, 운동, 캠핑 등에 맞춰 구성할 수 있도록 해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제시한 모델이다. 

LG전자가 CES 2022에서 선보인 'LG옴니팟'. /사진=LG전자
LG전자가 CES 2022에서 선보인 'LG옴니팟'. /사진=LG전자

전자·IT에 강점이 있는 이들 기업은 기존 완성차업계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 차량 제어, 배터리 관리, 사물인터넷(IoT) 기능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기술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실리콘벨리 IT기업으로 분류되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등 SW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결 과제로는 글로벌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생산능력 확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조사인 LG전자의 경우 새로운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각각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로 만들어내는 것에는 차체 기술력 등이 요구되는데 이는 현대자동차의 ‘E-GMP’와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급받거나 GM 등 다른 파트너사와 기술 협력 관계를 맺는 등의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 LG의 완성차 시장 도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완성차 업계가 오랜 세월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과 경쟁할 네트워크 구축이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근래에는 테슬라를 필두로 다수의 완성차 기업들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분위기지만 차량 자체의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기존 판매망을 갖춘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하기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상대로 부품 공급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LG가 완성차 제조사가 되면 고객사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문제도 있다. 이 경우 경쟁 구도에 따라 고객사를 잃거나 공급 조건 협상 등에 불필요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차량 부품 시장의 사업성에 비해 완성차 시장의 그것이 뚜렷하게 앞서지 않는 이상 LG가 기 진출한 시장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완성차 제조에 나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LG는 완성차 시장 진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고 전장 사업에 조직 역량을 집중시켜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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