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장 냉기류에 주요 건설사 IPO·회사채 발행 연기
한화건설 '완판' 성공했지만 투자심리 개선 불확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지난달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로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다. 최근 한화건설이 과감한 판단으로 ‘오버부킹’에 성공했지만 주요 건설사들이 시장 분위기 문제로 기업공개(IPO)·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계획을 미루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1300억원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 400억원 규모 2년물에 660억원, 600억원 규모 3년물에 640억원 청약이 들어왔다.

개별 민평금리에 –20~+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한 한화건설은 밴드 상단인 2년물 27bp, 3년물 30bp에서 모집물량을 채웠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오는 5월 만기를 앞둔 19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채권은 오는 17일 발행 예정이며 금리는 3년물 기준 4%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급 회사채 평균 대비 높은 금리와 단기물 위주 구성이 흥행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건설 신용등급은 ‘A-’로 비우량채긴 하지만 부실화 가능성이 낮아 투자자로부터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수처리와 풍력, 수소 등 친환경사업 비중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건설은 펀더멘탈이 괜찮은 편이고 이번 회사채는우 2~3년 단기물에 금리도 4% 수준으로 형성돼 매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가능한 전략을 총동원해 판을 잘 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화 포레나 청주매봉 투시도. /한화건설 제공
한화 포레나 청주매봉 투시도. /한화건설 제공

건설채 시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이었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로 냉기류가 돌고 있다.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최근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롯데건설, HDC현대EP 등 주요 건설사들은 잇따라 계획을 철회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마련 한 축으로 기대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상장 과정에서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예상을 밑돌면서 공모 계획을 연기한 것도 최근 시장 분위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 상황을 그만큼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건설이 공격적인 전략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해 선방하긴 했지만 건설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회복된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최근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채권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놓이면서 건설업계가 ‘비를 맞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내달 대통령선거라는 변수도 앞두고 있어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모두 공급 확대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완화를 통한 정비사업 확대와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그게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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