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본기 강조한 아버지 손웅정 씨
손흥민도 '정신적 지주'로 아버지 꼽아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021-2022시즌 EPL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구단 페이스북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021-2022시즌 EPL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구단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고(故)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란 시에서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라 했다. 2021-20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23골·모하메드 살라와 타이)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을 키운 건 어쩌면 8할이 아버지 손웅정(60) 씨였는지 모른다.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현대 호랑이축구단(현 울산 현대) 등에서 프로 선수로 뛰다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24살 때 조기 은퇴한 손웅정 씨는 이후 남다른 교육법으로 아들 손흥민을 세계 최고 반열의 축구 선수로 키웠다. 춘천 일대 10km 이상 거리를 매일 뛴 손 씨는 아들 손흥민에게도 철저한 자기관리를 주문했다.

그는 선수 시절 민첩성은 뛰어났지만 다른 기본기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때문에 아들에게 기본기 연마를 강조했다. 직접 훈련 프로그램을 짜 8살 어린 아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하루 6시간 이상을 기본기 훈련만 시켰다. 슈팅 연습 때도 한번에 100개씩 공을 놓고 반복적으로 차게 했다. 회복을 시킬 땐 춘천 시내에서 침을 맞게 했다. 차범근(69) 전 축구 대표팀 감독도 과거 금침을 맞곤 했다. 또 손 씨는 키가 170cm가 되지 않는 자신의 키(167cm)를 아들이 닮을까 봐 우려해 아들에게 우유에 밥을 말아 먹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의 에세이. /수오서재 제공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의 에세이. /수오서재 제공

손 씨는 큰 아들 손흥윤 씨에게도 공을 들였지만, 큰 아들은 축구 선수로 대성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 손흥민이 2010년 마침내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도 곁에서 자기관리를 도왔다. 데뷔 골을 넣은 아들이 새벽에 들떠 인터넷 세상에 매몰될까 봐 노트북을 빼앗았다는 일화도 있다.

2015년 EPL에 진출한 손흥민이 향후 리그 득점왕에 오를 걸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손흥민은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올 시즌 넣은 23골은 모두 필드골이다. 2010년대 들어 EPL 득점왕 중 페널티킥 득점이 하나도 없던 선수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010-2011·20골), 루이스 수아레스(2013-2014·31골), 사디오 마네(2018-2019·22골), 그리고 손흥민뿐이다. 앨런 시어러(52)와 마이클 오웬(43), 티에리 앙리(45), 뤼트 판 니스텔루이(46), 디디에 드로그바(44),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빈 판 페르시(39), 해리 케인(29·토트넘), 모하메드 살라(30·리버풀) 등 EPL 득점왕 출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국 선수가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손흥민은 최근까지도 아버지를 ‘정신적 지주’로 말해왔다. 축구뿐 아니라 겸손함과 감사함을 잊지 말라고 가르친 아버지 손 씨는 손흥민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스타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개인보다 팀이 먼저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손흥민은 앞서 15일 번리전(1-0 승)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기회를 케인에게 양보했다. 살라와 시즌 막판 득점왕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 큰 배려를 보였다. 팀을 위해 희생하자 팀과 하늘도 곧바로 선물을 보냈다. 23일 노리치시티전(5-0 승)에서 동료 루카스 모우라(30)의 결정적인 패스는 손흥민을 득점왕에 오르게 했다. 리그 공동 득점왕으로 시즌 피날레를 한 손흥민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손웅정-손흥민 부자(父子)의 오랜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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