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강 증진과 멘탈 관리에 긍정적
2030세대에선 인스타 골프로 변질
골프를 대하는 자세, 기준은 연습량
20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 성문안CC에서 열린 2022 골플루언서챌린지에서 인플루언서들이 퍼트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김근현 기자
20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 성문안CC에서 열린 2022 골플루언서챌린지에서 인플루언서들이 퍼트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과거 장년층과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는 최근엔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 약 115만명이 즐기면서 서서히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급기야 국내 골프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수준인 5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엇갈린다.

◆ 건강 증진과 멘탈 관리에 긍정적

우선 순수 스포츠로서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고 행복감을 높인다는 주장이 있다. 라운드 때 18홀을 카트를 타지 않고 돌 경우 1000~2000칼로리를 소모하는 유산소 운동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샷 연습을 할 때는 전신 운동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골프 스윙 시에는 어깨와 허리(코어), 하체까지 단련된다. 특히 척추 기립근과 복부 근육이 스윙 시 몸통 회전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남다르다. 정적인 스포츠라 운동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단순히 전신 운동 효과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18승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82)는 "골프는 50%가 멘탈, 40%가 셋업, 나머지 10%가 스윙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정신 단련 효과도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일부 선수들은 멘탈 코치로부터 정기적으로 멘탈 트레이닝을 받는다. 코스에서의 이미지 트레이닝, 심호흡법, 긍정적인 생각과 말하기, 역으로 짜는 코스 매니지먼트, 단기 목표 설정과 이행 등이 그 예다. 한때 우승권에서 맴돌았던 KLPGA 베테랑 김해림(33)은 당시 멘탈 코치로부터 ‘18홀 경기를 3홀씩 끊어 6경기를 한다’는 식의 멘탈 트레이닝을 받았다. 라운드를 짧게 보는 게 멘탈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2030세대에선 인스타 골프로 변질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예능계에서 인기 소재로 꼽히고 있는 만큼, 골프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정통 스포츠라기 보단 ‘사교’와 ‘허세’의 수단이라는 시각이 있다. 사진과 영상,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에서 유독 그러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많다. 경북 지역 골프장에서 일하는 A캐디는 “젊은 여성들 중에 필드에서 샷을 날리는 것보다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떤 일행은 고가의 골프웨어를 두 세 벌 준비해 와 경기 전과 9번홀 후 그늘집에서, 경기 후까지 착장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는 걸 봤다”고 털어놨다.

최근 만난 한 골프의류 관계자는 “이쪽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같은 돈이라면 골프 라운드보다 여행을 택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린피가 비싸서 한 번 라운드를 다녀오면 교통비, 식사비 등 40만 원은 족히 깨진다. 골프 자체를 엄청 좋아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그 시간과 돈으로 다른 걸 즐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골프를 엄청 좋아하지 않아도 친목 도모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으려고 직장인으로선 거금을 들여 마지못해 가는 경우를 봤다”고 고백했다.

최근 방문한 엑스골프(XGOLF) 운영 쇼골프 여의도점 6층 타석 전경.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최근 방문한 엑스골프(XGOLF) 운영 쇼골프 여의도점 6층 타석 전경.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골프를 대하는 자세, 기준은 연습량

대중화되고 있지만, 골프는 젊은층이나 서민층에겐 여전히 경제적으로 부담스런 스포츠다. 명품 시계와 백 등의 소비, 외제차 및 명품 가구 구입, 해외여행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과시와 허세 수단으로 자주 언급된다. 온라인상에선 ‘골프장 한 번 다녀오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걱정을 일주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골프를 스포츠로 즐기느냐, 사교와 허세의 수단으로 여기느냐를 가늠하는 기준은 결국 ‘연습량’이다. 복수의 프로골퍼들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는 연습량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연습장을 주 몇 회씩 꾸준히 가고 종종 필드를 나가는 아마추어 골퍼라면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지만, 연습은 거의 하지 않고 실전 필드만 나가는 사람들은 골프를 친목과 허세의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게 프로골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과연 명답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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