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파트너사, 1200억 규모 손해배상 청구
두바이 생산시설 자금마련 가능성
메디톡스 강남 사옥 전경. /메디톡스
메디톡스 강남 사옥 전경. /메디톡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주식을 대량 처분한 배경에 대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 218만 7511주를 처분해 231억 9582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식 처분 후 메디톡스의 에볼루스 지분율은 9.13%로 줄었으며,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위도 상실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에볼루스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 파트너사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소송으로 ITC가 ‘나보타 미국 수입·판매 금지’ 조치했고, 이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메디톡스는 지난 2021년 에볼루스 2대주주로 올라섰다.

메디톡스는 당시 에볼루스가 발행하는 보통주 신주 676만 2652주를 받기로 했다. 이후 지속해서 지분 확대해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분을 팔면서 차익실현을 본격화했다.

메디톡스 측은 경영 효율성 제고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진출과 각종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마련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메디톡스는 비동물성 액상 톡신 제제 ‘MT10109L’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 데이터 분석을 진행 중이며, 연내 허가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두바이 국영 기업 ‘테콤그룹’이 소유한 두바이사이언스파크와 보툴리눔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로 메디톡스는 해외 최초 생산기지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건립할 계획이다. 이 공장을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진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게 메디톡스의 목적이다.

국내 신제품 론칭을 위해 마케팅 및 영업 비용 확보 차원에서 에볼루스 지분을 매각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메디톡스 계열사 메디톡스코리아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에 미간주름 개선을 적응증으로 신규 톡신 제제 ‘뉴럭스(NEWLUX, MBA-P01)’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중국 사업 파트너사 ‘젠틱스(GENTIX LIMITED)’와의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젠틱스는 지난달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JV(조인트벤처) 계약조항이 위반됐음을 확인하고, 계약 해지권이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에 7억 5000만홍콩달러(약 120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메디톡스는 2015년 블루미지(젠틱스 모회사)와 JV ‘메디블룸’을 설립하는 등,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블루미지가 메디톡스와의 협력관계 해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이 걸렸다.

블루미지는 메디톡스가 판매용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는 블루미지가 중국 현지 허가 절차를 마치면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4년이 넘도록 품목허가에 진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률대리인을 통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에볼루스 주식을 처분하는 것에 대해 여러 문의가 들어오고, 수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다만 경영효율화라는 공식 입장 외에는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61민사부는 10일 보톨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1심을 선고한다. 지난 2017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이후 6년 만에 나오는 판결이다.

아울러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 “자사의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생산했다”며 미국의 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ITC에 제소한 바 있다.

휴젤과의 소송은 글로벌 로펌 ‘퀸 엠마뉴엘 어콰트 & 설리번’이 대리한다. 다만 비용 일체를 세계적인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회사가 부담해 이번 에볼루스 주식 매각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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