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나보타 미국 사업, 판결 영향 無?
휴젤 “국내 1위 입지 견고하게 유지”
메디톡스 강남 사옥. /메디톡스 제공
메디톡스 강남 사옥. /메디톡스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휴젤 등,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법적 다툼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판결문 확인 후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에 대한 제조 및 판매 금지, 균주 인도, 기 생산된 제품 폐기 가집행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권오석)는 지난 1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나보타 ▲제조 및 판매 금지 ▲균주 인도 ▲기 생산된 제품의 폐기와 더불어 4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2014년 4월 ‘나보타’를 출시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전직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형사·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 측은 경기도 용인의 토양(마구간)에서 균주를 검출했다고 반박해왔다.

재판부는 “피고 측은 균주를 분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출된 유전적 특성과 역학적 증거의 신빙성을 봤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웅제약이 (균주) 개발 공정 수립과정에 원고인 메디톡스 측 영업 비밀정보를 사용해 개발 기간을 3개월 단축했다는 판단”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웅제약 측 제품의 제조·판매 금지 처분 등을 받아들이고 일부 인용한다”며 “원고 측 손해배상 청구 일부를 인정한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판결 직후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이라면서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고, K-바이오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나보타 글로벌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나보타의 지난해 예상 매출은 약 1500억원이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5.3%(별도 기준)를 차지할 정도의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았다.

나보타 글로벌 사업 핵심 지역인 미국은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월 메디톡스와 엘러간 등 3개사 합의에서 한국의 민사 소송이 나보타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매출의 80% 가량을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이 중 미국은 약 57%를 차지하며, 이익률이 높아 영업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에볼루스가 권리를 가진 지역(유럽·호주·캐나다·러시아·남아공·일본 등)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다만 또다른 핵심 지역인 ‘중국’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나보타 현지 임상 데이터를 제출하고 허가를 신청했다. 올 상반기 중 허가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은 글로벌 3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 & Sullivan)은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2020년 40억위안(약 7381억원)에서 2025년 114억위안(약 2조 103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합의에 따라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제조해 에볼루스에 수출하고, 에볼루스는 해당 제품을 계속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며 “이번 소송 결과가 미국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에볼루스가 권리를 가진 지역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외의 지역(중국 등)에 대해서는 향후 판결문이 확인되고 파트너와 논의를 진행하며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1위인 휴젤도 이번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한 혐의로 휴젤과 미국 법인 휴젤 아메리카, 유통 협력업체 크로마파마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예비판결은 오는 2024년 3월1일이다. ITC는 담당 행정판사가 예비판결을 내린 뒤 이를 참고해 위원회가 최종판결을 내린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휴젤과 국내 소송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향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과 대웅제약 간 소송 결과가 자사 보툴리눔 톡신 사업에 어떠한 장애도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휴젤 관계자는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자적인 연구 및 개발과정을 인정받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시점과 경위, 제조공정 등이 문제가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라며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 결과는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당사의 소송에 그 어떠한 장애도 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으로서 견고한 입지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면서 “국내 최초로 중국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미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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