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막전에서 롯데에 12-10 승리
'빅 볼', '스몰 볼' 선보이며 감독 데뷔전 V
역대 두산 사령탑 가운데 데뷔전에서 승리한 4번째 감독
이승엽 감독이 새로운 두산 베어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연합뉴스
이승엽 감독이 새로운 두산 베어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연합뉴스

[잠실=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이승엽(47) 감독이 새로운 두산 베어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두산 구단은 지난해 10월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이승엽 감독은 한국 야구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감독 경력이 없었다. 코치 경력도 없었다.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개막전 당일이 됐다. 이승엽 감독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 앞서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감독 데뷔전을 앞둔 이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러서 그런지 (감독 데뷔전을) 준비하는 게 그리 떨리지는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면 또 모르겠다. 아직은 괜찮다”며 “선수 때는 ‘제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느낌이 아주 다르다. 육체적으로는 덜 힘들지만, 생각해야 할 일이 많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고민은 제가 할 테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고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뛰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를 맛봤다. /연합뉴스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를 맛봤다. /연합뉴스

이승엽 감독은 우려와 달리 성공적인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두산은 이날 4시간 43분간 펼쳐진 연장 11회 혈전 끝에 12-10으로 이겼다. 경기 내용은 화끈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장단 12개의 안타가 나왔다. 특히 이승엽 감독이 비시즌 내내 언급했던 두 선수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호세 로하스(30·미국)와 김재환(35)이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로하스는 11회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6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재환은 스리런포를 포함해 3타수 1안타 3타점 2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이승엽 감독이 추구한 ‘세밀한 야구’도 인상적이었다. 8회말 선두 타자 양석환(32)이 볼넷을 골라 출루하자 이 감독은 대주자 조수행(30)을 투입했다. 발 빠른 조수행은 상대 투수 구승민(33)의 견제 실책을 틈타 2루에 안착했다. 이어진 김인태(29)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도달했다. 이후 이유찬(25)의 스퀴즈 번트에 힘입어 홈까지 밟았다. 이 감독의 선택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호세 로하스가 친 홈런 공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강상헌 기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호세 로하스가 친 홈런 공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강상헌 기자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장타력을 기반으로 한 ‘빅 볼’과 작전을 중심으로 한 ‘스몰 볼’을 모두 펼치며 데뷔전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를 마친 뒤 이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힘들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목이 다 쉬었다. 한 경기를 4시간 30분 이상 했다. 너무 길었다”며 “5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우리가 두산의 힘을 보여준 것 같아 좋았다. 일반적인 것와 다른 승리를 한 것 같다. 의미가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짜릿한 승리 이후에는 김한수(52) 수석코치와 껴안으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후 두산 선수들에게 첫 승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받았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서 받는 게) 훨씬 좋다. 진짜 기분 좋다. 선수 때는 제가 잘하면 기분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9명 중 어떤 선수가 잘해도 기쁜 감정이 든다. 이제는 동료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그래서 감정이 더 올라왔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승리로 이 감독은 역대 두산 사령탑 가운데 데뷔전에서 승리한 4번째 감독이 됐다. KBO리그 전체로도 28번밖에 없는 진기록을 세웠다. 두산 사령탑 중에는 2015년 김태형(56) 감독 이후 처음 기쁨을 맛봤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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