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도 기후변화에 훼손 속도 빨라져 
글로벌 차원 기후변화 대응, 저탄소 에너지원 활용에 방점 
IPCC,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정책 필요성 언급 
이탈리아 베니스. / 픽사베이 
이탈리아 베니스. / 픽사베이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기후변화가 인류의 미래뿐만 아니라 자연·역사·문화와 관련된 유산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가뭄과 해일이 반복된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니스를 비롯해 스코틀랜드의 '스카라 브레',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말레이시아의 '조지타운',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들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네스코는 지구온난화 대응 목표인 1.5℃ 억제에 성공하더라도 2050년까지 세계문화유산 내 빙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세계유산 중 '물의 도시' 베니스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베니스가 지난해 11월 한 달 내내 지속된 폭우로 역대 세 번째 해수면 기록을 갱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베니스는 지난 2월부터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운하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NYT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아드리아해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1000년 이상 강대국의 침략과 협박을 견뎌온 베니스가 결국 기후 변화 앞에 무릎을 꿇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베니스는 지난 2019년에도 도시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길 정도로 큰 홍수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당시 50여 년 만에 가장 큰 홍수로 기록됐으며, 전문가들은 베니스가 이 같은 위기를 겪는 이유가 기후변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오크니제도에 있는 스카라 브레는 석기시대 마을로 고대 인류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져 제방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해마다 강해지는 폭풍에 유적이 모두 휩쓸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수십만 년 전 화산폭발로 이뤄진 화산고원 지대로, 지구 간헐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의 간헐천이 있다. 사슴과 물소·조류 등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난해 전례없는 수준의 폭우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어 일부 도로와 다리가 유실됐다. 집중호우가 내린데다 높아진 기온으로 눈이 빠르게 녹으면서 생긴 물까지 강물에 더해져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CNN 등 현지언론은 당시 홍수피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말레이시아 페낭 조지타운은 200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국 치하일 때 홍콩과 함께 '동양의 진주'로 불렸던 도시다. 최근 몇년간 홍수로 물에 잠기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전문가들은 언젠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사례로는 2017년 폭우와 강풍으로 페낭의 80%가 물에 잠기고 조지타운 전체가 수몰됐으며, 다음 해인 2018년에도 집중호우로 홍수가 발생해 14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도 세계문화유산로서 가치가 크지만, 산호초들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산호 백화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백화현상은 산호초가 높은 해수면 온도에 장기간 노출될 때 보아는 스트레스 반응이기다. 백화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산호초가 죽을 수도 있어 위중한 증상으로 여겨진다. 

산호초는 해양생태계는 물론이고 육상생태계까지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생물의 3분의 1가량은 생애 중 일정기간 산호초에 의지해 생식하고 있다. 여기에 연안지역을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고 이상기후현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8억명가량은 산호초가 주는 혜택을 받고 있고, 그 중 3억명가량은 생계가 산호초와 직결돼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 픽사베이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 픽사베이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의 훼손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호주 연구진이 인도네시아에서 발견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인 술라웨시섬의 '돼지 벽화'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훼손이 빨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돼지 벽화는 현생 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동물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과거 해당 지역의 인류가 자신들의 문화 일부로 동물과 서사가 있는 장면을 예술적인 묘사로 창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치 높은 유산이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건조한 날씨·우기 등의 반복으로 동굴 내 염분 축적이 가속화되면서 동굴 내부의 염분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소금 결정체들이 동굴 벽에서 그림의 일부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글로벌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은 저탄소 에너지원 활용에 집중되고 있다. 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석탄 생산은 82억2100만톤(t)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유엔(UN)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달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 따르면 기존에 계획된 화석연료 인프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만으로도 1.5℃ 탄소 배출 허용총량을 넘어선다. IPCC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정책을 언급한 이유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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