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FA 사면 대상자 100인 징계 사유 공개
정몽규 회장, 불통과 고자세로 일관
대중이 원하는 건 사면을 하게 된 경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KFA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승부조작, 금전 비리, 폭력, 부정행위. 충격적인 대한축구협회(KFA) 사면 대상자 100인의 징계 사유다. 그러나 정몽규(61) KFA 회장은 여전히 사과문 뒤에 숨어 있다.

KFA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했다. 범죄자들을 사면하자 축구계 안팎에선 거센 역풍이 일었다. ‘월드컵 16강 진출 자축’과 ‘축구계 화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명분에 분노했고, 충분한 논의 과정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면한 KFA에 많은 이들이 배신감을 느꼈다. 결국 KFA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사면을 철회했다. 이후 4일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모두 사퇴하는 수습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과정들을 지켜보고 있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5일 사면 대상자와 관련한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하태경(55)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KFA로부터 제출받은 ‘사면 대상자 목록’을 보면, ‘제명’ 징계를 받고도 사면 대상자에 오른 이들이 65명이나 된다. 이들 중 48명은 승부조작 사건, 8명은 금전 비리 행위, 5명은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 4명은 실기테스트 부정행위로 제명 징계를 받았다.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던 14명도 사면 대상에 올랐다. 아울러 지난해에 처분을 받아 징계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8명에 대해서도 사면이 적용됐다.

특히 금전 비리 행위로 징계를 받은 8명은 그 당시 축협 내·외부에서 일어난 초대형 비리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 의원은 “2017년에 축협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형사 고발된 사건이 있다. 이들 중 4명이 사면 대상자에 오른 것으로 된다. 또한 2010년에 제명된 사면 대상자 10명도 당시에 큰 논란이 됐던 뇌물 심판 비리 사건과 연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대한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대한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면 파동의 후폭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여전히 종이에 적힌 사과문을 방패 삼아 숨어 있다.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가 적어준 내용의 글을 읽을 뿐이다. 사면 대상자 징계 사유까지 공개됐지만, 여전히 정몽규 회장은 불통과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사면 파동의 답은 침묵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KFA의 행정 공백도 우려된다. 사퇴 의사를 밝힌 이사진 중에는 마이클 뮐러(58·독일) 전력강화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뮐러 위원장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소통 창구 임무를 맡았다. 전력강화위원장 자리의 공백이 생긴다면 이제 막 출항한 클린스만호도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사면 파동이 장기화 될 경우 내년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운영하는 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몽규 회장에게 이제 더 이상 자를 꼬리가 남아 있지 않다. 직접 나서야 한다. 무엇을 고민하는가. 축구계와 대중이 원하는 건 사면을 하게 된 경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다. 또한 KFA의 행정 공백이 없도록 조속히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정몽규 회장이 나서지 않으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축구계와 대중은 사면 파동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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