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위기의 핸드볼에 혜성처럼 등장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은 왜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에 적극적일까

우리나라는 전란을 넘어 근대화를 겪으면서 심각한 가난을 경험했다. 먹고사는 것 외에 생각할 수 없던 시절에 국민들의 위안거리는 마을에 한두대 있던 TV에서 나오는 스포츠 경기였다. 옹기종기 모여서 레슬링 경기에 환호하고 올림픽 역도 경기에 눈물을 흘렸다. 마음의 위안거리이자 국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큰 힘이었다. 당시 스포츠는 국위선양이며 ‘국가’라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였다. 또한 스포츠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하나의 외교였다.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준 스포츠의 발전은 국가차원의 지원을 떠나 기업회장님들의 살신성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스경제는 지난 몇 십년간 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에 힘쓰던 ‘회장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의 노력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남다르다. /SK그룹 제공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남다르다. /SK그룹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메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력과 투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핸드볼 대표팀 출정식 때 한 말이다.)

핸드볼은 구기 종목 가운데 최고의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여자 대표팀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했고,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남자 대표팀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바로 비인기 종목에서 잘 하는 선수라는 이미지였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딱 대회 때까지였다. 대회가 끝난 뒤엔 팬들의 응원도 기업의 후원도 모두 떠나갔다.

올림픽 기간에만 반짝 인기를 얻는 핸드볼을 두고 '한데볼(추운 데서 하는 핸드볼)'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금메달 효자 종목의 대부분이 비인기 스포츠다. 이는 재계 총수들의 물심양면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표적으로 핸드볼이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 위기의 핸드볼에 혜성처럼 등장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핸드볼협회장을 맡기 전부터 국내 최대 규모 핸드볼 대회인 핸드볼큰잔치 지원은 물론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주요 대회 때마다 대표팀에 거액의 포상금을 전달한 게 그였다.

최 회장이 2008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핸드볼의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최 회장은 핸드볼의 숙원 사업들을 속속 해결에 나섰다. 핸드볼전용경기장 건립, 유소년 육성을 위한 핸드볼발전재단 설립, 실업리그 출범, 국제대회 유치 등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핸드볼전용경기장은 여자 대표팀이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공론화된 뒤 논의만 이어지다 표류한 사업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핸드볼인들의 염원이 담긴 경기장인 만큼 최고 수준으로 지어달라"라고 당부를 지시할 정도였다.

최 회장은 2011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을 완공했다. SK그룹이 설계와 공사비 434억 원을 핸드볼협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전액 부담했다. 최 회장은 이 경기장을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기부채납해 '통 큰 기부'에 나섰다. 국내 기업이 대규모 국민 스포츠 시설을 조성해 사회에 기부한 첫 번째 사례로 남았다.

2012년 재계 및 재벌 전문사이트 'CEO SCORE'에 따르면 각 가맹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기업인 임원들이 2010~2011년간 각 가맹단체에 지원한 찬조금은 SK가 1위로 집계됐다. SK→삼성→현대자동차→STX→한화→한진→포스코→태영→LS→한솔 등의 순으로 많았다. 당시 대한핸드볼협회와 대한펜싱협회에 무려 84억7000만 원을 찬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직접 발로 뛰며 핸드볼 사랑을 전달했다. 2009년 12월 중국 창저우로 건너가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국제 핸드볼 친선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최 회장은 핸드볼협회 임원들이 꾸준히 국제연맹 임원들과 접촉하고 친분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행사에 하산 무스타파 국제핸드볼 회장을 포함한 인사들과 대회에 참가하는 각 팀 지도자 및 선수들이 참석했다.

이밖에 2011년 12월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이 재정 문제로 해체 위기에 놓이자 계열사 SK루브리컨츠를 통해 팀을 인수해 SK슈가글라이더즈라는 이름으로 재창단했다.

2016년 1월에는 남자핸드볼팀 코로사 해체로 실업대회 운영이 어려워지자 SK하이닉스가 남자 핸드볼실업구단 SK호크스를 창단해 실업리그 활성화에 기여했다.

지난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습. /SK그룹 제공
지난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습. /SK그룹 제공

◆ 최태원 회장은 왜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에 적극적일까

최 회장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스포츠 관계자들에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 및 주니어 선수 지원을 위한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학생 시절 직접 선수로 활동했던 적이 있어 핸드볼 사랑은 그룹 차원의 이미지 제고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처럼 핸드볼을 후원하는 것은 그의 철학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면서 국민들에게 행복을 준 핸드볼과 선수들의 투지를 기업경영에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8월 SK그룹 후원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환영행사에서 "기업 경영과 스포츠는 숱한 실패를 겪지만 실패가 있어야 성공의 의미가 크다는 점과 국민들을 즐겁고 행곡하게 해준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스포츠를 후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자 대표팀이 2016년 리우 대회 8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에는 "스포츠든 사업이든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했을 때 행복할 수 있다"며 "우리보다 체격이 훨씬 뛰어난 유럽 선수들과 힘겹게 싸우는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과 행복을 느꼈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을 절대 잊지 않겠으며, 그 절실함을 함께 하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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