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BOE, VR 및 AR용 마이크로 올레드 개발생산에 총력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개발 및 양산에 최선
한국과 중국, 일본의 초격차 기술 확보 경쟁 치열
애플 신제품 비전프로. /애플
애플 신제품 비전프로. /애플

[한스경제=노이서 기자] 애플이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약 8년 만에 새로운 디바이스 제품인 MR 헤드셋 ‘비전프로’를 공개하면서 증강현실 플랫폼 사업에 대한 비전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MR 포함 메타버스 헤드셋에 가장 적합한 마이크로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산업도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중일 3파전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기존 올레드보다 작고 더 정교한 구동회로 실리콘웨이퍼를 사용한다. 실리콘웨이퍼를 착용해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리며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하는 메타버스 기기의 핵심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다. 유리기판 대신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웨이퍼를 사용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체와 반도체 업체의 협업도 필요하다.

이번에 공개된 비전프로에는 한 대당 총 3개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데 단가가 가장 높은 내부의 두 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일본 소니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협업해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는 외관의 플라스틱 올레드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경쟁사와 달리 이 올레도스 기반 마이크로 올레드를 탑재해 해상도를 더 극대화한 것은 물론 집적도는 높이고 소모 전력을 크게 개선했다. 다만 마이크로 올레드는 기술력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생산단가도 비싸다. 비전프로 제조 원가에서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프로 내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기업이 새로운 메타버스 기기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 가운데 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마이크로 올레드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해상도 3500 PPI 이상, 밝기 최대 7천 nit 스펙을 갖춘 마이크로 올레드를 생산할 수 있으며, 현재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서는 0.42인치 메타버스 기기용 마이크로 올레드 시제품을 공개했다. 

올레도스 기반 마이크로 올레드는 크게 화이트(W) 올레드에 컬러필터를 형성하는 ‘WOLED+CF' 방식과 RGB 화소를 같은 층에 증착하는 RGB 방식으로 나뉜다. 애플은 이번 비전프로에 ‘WOLED+CF' 방식을 사용했다. 향후 밝기가 더 밝지만 기술적으로 아직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한 RGB 방식의 마이크로 올레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 올레드 업체 이매진을 2억18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충남 아산에서 마이크로 올레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고 삼성전기 등과 함께 전문 팀을 꾸려 삼성전자의 XR 디바이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가 화제인데, 삼성전자도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며 “메타버스와 로봇을 신성장 사업으로 보고 있으며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의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마이크로 올레드 제품 이미지. /BOE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마이크로 올레드 제품 이미지. /BOE

LED 분야에서 저가공세로 글로벌 시장 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이미 몇 년 전부터 마이크로 올레드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기도 하다. 2019년부터 8인치 마이크로 올레드 양산을 시작했고 12인치 생산라인은 내년 1월 완공해 가동 예정이다. 이 생산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523만 장으로 예상된다.

BOE는 당초 마이크로 올레드를 망원경용 등으로 생산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AR과 VR 관련 디바이스에도 탑재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매체 동화순에 따르면 BOE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사업 계획과 관련된 한 투자자의 질문에 “IT용 올레드 생산라인은 신중하게 짓고 있지만 기술적 부분에서 뒤쳐질 수 없어 기술 개발은 열심히하고 있다”며 “마이크로 올레드의 경우 AR과 VR용으로 집중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BOE는 4k 해상도의 마이크로 올레드 시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는 1.3인치의 마이크로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었고 해상도는 4032 PPI, 밝기 5000nit의 스펙을 자랑했다.

현재 소니가 단가가 가장 비싼 마이크로 올레드를 애플 비전프로에 공급하고 있지만, 애플이 MR 헤드셋의 소비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구입처를 다변화할 것이며 저가형 모델도 추가적으로 내놓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력과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쟁사 제품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며 “애플은 이미 더 저렴한 버전의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미 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하고 있는 소니를 제외하면 향후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렝, BOE 모두 후보군에 들어서게 된다. 그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올레드 등 분야에서 경쟁국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미래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크지 않다”며 “산업과 시장의 영역을 넘어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경쟁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두 팔을 걷어 올렸다. 지난 5월 말 마이크로 올레드 등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분야의 높은 생산단가, 수율 한계 등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5년 동안 총 65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노이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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